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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 2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0:02 1,359회 0건
금촌리 설화(村里 說話) - 21


문경미와 마주치면서 나는 멈칫했다.
할아버지 댁에 심부름을 갔다 돌아 오면서 모퉁이를 돌아 막 우리집이 보이는 지점이었다. 나는 곧 다시 걸음을 떼었는데 그녀도 내쪽을 향해 걸어 오고 있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우리 사이는 한 30~40 걸음 쯤의 거리였을까. 그 중간에 담 사이의 골목도 있고 대문이 열려 있는 집도 있어 분명 그녀는 옆으로 샐 것이다. 그전에도 늘 그래 왔듯이 ......
그런데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곧장 나를 향해 걸어 왔다. 나는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며 등에 식은 땀까지 나는 것 같았다.
내가 먼저 피할 걸 그랬나? ...... 마주보며 걸으니 그 속도는 두배나 빨라서 어느새 우리는 손을 뻗으면 닿을만큼 가까워져 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우뚝 발걸음을 멈추며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경미와 황달자네 양조장에서 처음 빠구리를 하고 함께 금촌리로 돌아 오면서 나는 앞으로 그녀와 더 친해질 줄 알았다.
그날 있었던 일은 그곳에 내가 끌려가기 전까지는 둘 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고, 그 자리에서도 역시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뒤에도 우리는 오는 도중에 잔디밭에 앉아 그날 있었던 일을 절대로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했다. 정말 그날의 일은 나에게도 특별했지만 그녀에게도 특별한 일종의 사고였다. 우리의 나름대로 수습을 하게 되면서 그녀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까지 했다.
종실이라 항렬이 낮아 내가 할아버지뻘이 되지만 둘만 있을 때는 내가 누나라고 부르기로 했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손을 맞잡고 재잘거리며 함께 웃기도 했었다.
그런데 마을에 도착하자말자 그녀는 돌변해 버렸다. 길에서 마주치게 되면 옆길로 피하거나 그러지도 못할 상황이 되면 아주 못본 척 외면하고 걷는 것이다.

추석을 맞아 영숙, 영미 누나와 종실댁을 찾았을 때는 아주 괘씸하기까지 했다. 엄마가 싸준 명절 음식을 그 댁에 전하고, 우리도 음식을 대접 받아 대청에서 먹고 있는데 마침 경미가 대문을 들어섰다.
그래서 두 누나와는 반갑게 인사하고 우리 셋과 함께 둘러 앉아 대화도 나누었는데 내게는 말한마디는 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으며 무시하는 것이다.
그녀와 나는, 비록 서로가 원하지는 않았었다 하더라도 빠구리까지 한 사이다. 그리고 함께 비밀을 간직했고, --- 물론 나는 누구한테 그 일로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 함께 웃으며 이야기도 나누었었는데 어찌이렇게 표변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정말 배알이 뒤틀렸다.
그 후부터 나도 경미를 무시하기로 했다. 그래서 길에서 마주쳐도 내가 먼저 외면을 했고, 얼마전 우리집 마루에 앉아 있을 때 무슨 심부름을 온 모양인데 나는 못본 척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기도 했었다.

"영도 할배, 오랫만이네."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 오는데 나는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응."
나는 간단히 대답함으로써 되도록 감정을 숨기려 했다. 빠구리 하던 날 이후 그녀와 처음 나누는 말이다.
"내하고 이야기 좀 할 수 있나?"
"뭐 그래도 좋고 ...... "
내가 무뚝뚝하게 대답하자 그녀는 말없이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고 나도 마지 못한 듯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아직 내가 먼저 말을 걸거나 나란히 걷는 것도 어색해서 그녀의 발자욱을 이어 밟듯 몇걸음 거리를 두고 뒤따랐다. 우리집은 지나쳤으나 그녀의 집은 아직 못미친 지점에서 그녀는 옆길로 빠졌다. 조금 더 걷자 인가는 끊어진 벌판이 나타났다.

보리밭과 수박 참외밭, 뽕나무밭까지 이어져 있어 몇달 전만 해도 온통 푸른 색이었던 그곳이 이제는 황량하기만 해서 주위에 인적도 없다. 그 풍경이 마치 그녀와 나 사이의 감정과도 어울리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녀는 원두막에 걸터 앉았다. 한 여름에는 그늘지고 사방이 터져 바람이 더위를 식혀주었던 그곳이 지금은 바람도 야멸찼고, 그런 곳에 우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을씨년스러웠다.
나는 잠시 망서리다 그녀 옆에 걸터 앉았다. 한동안 우리는 그저 앉아 있기만 했다. 그녀가 이야기하자고 했으니 내가 먼저 입을 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요즘 우째 지내노?"
"뭐, 그저 그럭저럭 ...... "
침묵이 꽤 길게 느껴 지는중 그녀가 말을 꺼냈고 나는 싱겁게 대답했다.
"나 방학 시작되마 바로 서울로 간다."
그녀가 나직히 말하는데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며칠 후면 겨울방학이 시작된다. 나는 그녀의 얼굴만 한번 바로 보았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방학중에는 서울에서 학원에 다니다가 개학하마 아주 서울 학교로 전학을 할끼다."
"그래?"
나는 풍경을 감상하듯 눈길을 허공에 둔 채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니는 내가 금촌리에서 없어지게 되이 좋제?"
돌아보니 그녀는 빙긋 웃고 있었다. 그 웃는 얼굴을 보면서 나는 피가 머리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뭐 이렇게 재수없는 가시나가 있어. --- 나를 그렇게 무시하고 모욕을 주더니 이제는 이 황량한 벌판으로 끌고 와서 다시 조롱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 좋다! 재수없게 생긴 니가 없어진다 카이 너무 기분이 좋아 춤이락도 추고잡다!"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 표정이 너무 험악하고 소리가 컸던지 그녀는 화들짝 놀라더니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래도 나는 화가 안 풀려 한마디 덧붙였다.
"니야말로 서울내기 됐다고 뻐기면서 앞으로 금촌리 촌놈들은 전부 무시할꺼 아이가?"

평소 같으면 그녀를 "너"라고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손녀 항렬이라고 하나 나이가 나보다 7살이나 많았고 그녀의 집이 종갓댁인데다, 공부도 잘한다는 소문이고 조신해 보여, 그전에는 그녀가 어렵고 좀 우러러 보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또 경상도식 관행으로 보면 크게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나는 그런 말을 쓰지 않았지만 우리 마을에서는 "할배, 니 밥 아이 묵겠나?" 라든지. "어무이, 니가 그랬잖나?" 같은 식의 말들이 일상적으로 통하기도 했었다. 어떻든 지금 나는 화가 나 있으니 말도 좀 거칠어진 것이다.
"니는 내가 그랬으마 좋겠나?"
또 한동안의 침묵이 흐른 후 그녀가 좀 슬퍼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착 가라앉은 소리로 말했다.
"그기사 니가 할 탓이제. 하지만 벌써부터 하는 꼬라지 보이 싹수가 노랗다."
내 말에 마음이 찔렸는지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 꼴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영도야!"
다시 우리의 대화는 끊어졌는데 그녀가 내 손위에 자기 손을 덮으며 나직히 말했다.
"하지만 니는 내한테 첫남잔기라."
나를 보는 그녀의 눈에는 곧 넘칠 듯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나는 가슴이 뭉클해 왔다.
그리고 아직 흐르지도 않은 그 눈물만을 증거물로 나는 그녀를 용서했다. 오히려 나의 옹졸함을 탓했다. 또 그때 다짐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절대로 경미를 미워하지 않겠다고. ......
우리는 단지 이별이라는 의식에 서툴렀을 뿐이다. 그녀가 나를 화나게 한 것이나, 내가 그녀를 슬프게 한 것이나, 모두가 단지 이별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저 우리의 감정을 솔직하게 꺼내 보였으면 이런 식으로 어긋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멍청하다. 지금의 내 감정도 나는 꺼내 보이지 못하고 넋을 잃은 것처럼 그냥 앉아 있기만 했다.
"니 오늘 밤에 우리집에 올 수 있나?"
그 말에 나는 눈에 번쩍 불이 켜지는 것 같았다.

우리는 비록 서툴렀다 하더라도 이별을 그저 아픔만으로 끝내지는 않는다. 그녀는 오늘밤 또 하나의 의식을 준비해 놓고 있는 것이다.
촛불이 제 몸을 태워 가면서 세상을 밝히듯이 우리는 함께 그렇게 타 들어갈 것이다. 나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입안이 타들어 가는 감격에 휩싸이면서도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누부야. ...... "
선뜻 동의를 했지만 생각해보니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
종실댁은 요즘 좀 쇠락한 편이지만 그래도 문씨 문중에선 제일 큰 기와집이다. 대문을 지나면 소슬대문도 있고 안채와의 거리가 꽤 멀다. 더구나 그 집에는 금촌리의 다른 집들이 똥개, 혹은 누렁이라고 부르는 개를 키우는 것과 달리 우리가 "세빠또" 라고 부르는 사나운 서양개가 있어 발자국소리만 듣고도 맹렬히 짖어 댄다.
초인종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걸 눌러도 다른 사람이 나올 때 밤중에 경미를 만나러 왔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밤중에 대문 열고 드가는기 그렇다. 담을 넘는다 캐도 그놈의 세빠또가 되게 짖을거 아이가?"
"아, 그건 내가 다 생각해 놨다. 내는 지금 뒷채의 옛날 오빠 공부방을 쓰고 있거든. 그쨔 쪽문은 오래 안써서 소리가 날지도 모르이 영철네 집 앞쪽의 담을 넘어가 오그라. 그라마 바로 내 방이고 개는 밤에 묶어 놓으이 짖어도 상관 없다."
그녀의 계획은 훌륭했다. 그 설계도 속에서 활약하는 나의 환영이 떠오를 정도였다.
나는 그 집을 자주 가봐서 어느 정도 내부구조를 알고 있다. 그녀가 말한 뒷쪽 담은 얕으막해 나도 쉽게 넘을 수 있고 그러면 바로 옛날 그녀의 오빠가 공부방으로 썼다는 쪽방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 언제 쯤 ...... ?"
"아무래도 밤 10시는 넘는기 좋을끼다."
우리는 원두막에서 일어섰다. 그래서 걸음을 떼려다 잠시 둘다 멈칫거렸다. 신성일 엄앵란이 나오는 영화에서는 이런 장면에서 꼭 포옹이나 키스를 한다. 나도 한번 해볼까. ...... 손이 들썩거렸지만 차마 실행은 못하고 내가 먼저 발길을 돌렸다.

밤 10시란 겨울철 시골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잠에 빠져 있는 한 밤중이다. 열집 건너 한집 쯤에 불빛이 간간히 새어 나오지만 사방은 깜깜하면서 적막했다. 옷을 두껍게 입고 날씨가 그리 추운 것도 아닌데 나는 이가 덜덜거릴만큼 몸이 떨려 왔다. 부푼 기대감과 긴장도 추위나 두려움처럼 사람을 떨게 하나보다.
이 시각에 집을 나서 외박을 하는 문제를 엄마와는 어떻게 할까를 두고 나는 꽤 망설였다. 살짝 빠져 나가는 것이 제일 편하지만 잠귀가 밝은 엄마가 방문소리나 마루의 삐걱거림에 나온다면 나는 덜미를 잡힐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공식적으로 외박을 통고하기로 했다.
"오늘 저녁에 종환이네 집에서 숙제 같이 하기로 했는데 자고 와도 괘않제? 방학전에 꼭 내야될끼 너무 많아서 ...... "
저녁 밥상에 들러 앉았을 때 나는 대수롭잖은 이야기처럼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남의 집에 가마 행동에 조심해야 된다. "라는 말로 엄마는 쉽게 승낙했다. 사실 맨날 얼굴을 맞대고 사는 마을사람들 사이에 이웃집에서 하룻밤 자는 것은 밥 한끼를 얻어먹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저녁을 먹고 건너방으로 와서 나는 몸살을 앓아야 했다.
도대체 시간이 안가는 것이다. 마음을 다른데 집중하려고 소설을 열심히 읽다가도 나도 모르게 시계판으로 눈이 돌아간다. 이런 제기랄, 아까 아까 15분 전이었는데 아직 8시도 안됐잖아. 이런 식으로 어떻게 2시간을 더 기다린단 말인가. ......
"니 숙제 같이 하러 간다카드이 안가나?"
심심하면 한번씩 던지는 영자 누나의 말도 내 신경을 더욱 자극했다.
"응. 요 대목만 마저 보고 ...... 너무 재밌고 웃긴다."
말을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내 기분은 뒤틀렸다. 무엇이 재미있고 웃긴다는 말인가. 책에 눈알을 박고 있어도 줄거리조차 이어지지 않을 정도다.
기대가 큰 기다림이 이렇게 사람의 애간장을 태우고, 화를 돋구며, 또 지루하고, 따분하고 , 정말 지랄 같은 일이라는 것을 나는 오늘 처음 알았다.

그러나 결국 시간은 흘러 갔다.
경미네 집과 그 주변도 깜깜한데 얕으막한 담너머로 뒷채의 그 방에서만 불빛이 새어 나왔다.
노래 가사처럼 나의 가는 길을 밝혀주고 나를 기다려 주는 <산골짜기의 등불> 이었다. 그리고 방문을 살짝 두드리자 노래 속의 어머니처럼 나를 기다리던 경미는 환하게 웃으며 맞아 주었다.
"어서 온나! 밖이 춥제? 우선 몸을 좀 녹히라."
"앗, 뜨거버라!"
소리는 죽이면서도 좀 허둥대듯 아랫목의 요를 들쳐주는 곳에 엉덩이를 들이밀며 손바닥을 대보고 나는 역시 작은 소리지만 비명을 질렀다. 아랫목이 설설 끓고 있었다.
"귀한 손님, 아니 애인이 온다 캐서 군불을 너무 많이 땠나보다."
그녀는 멋적어 하며 웃어보였다.
"아이다. 괘않다. 괜히 수선을 피워가 내가 미안타."
그녀의 진심을 알았고 또 이렇게 이별의 의식마저 마련해 준 그녀를 다시는 탓하지 말자. 나는 굳이 사과까지 했다.

필름이 끊어지듯 잠시 방안의 동작이 멈추었고 다시 서먹서먹해 지려 한다. 그 분위기를 깨려고 내가 먼저 닥아가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녀는 순순히 내 입술을 받아 주었다. 살짝 한눈을 떠보니 그녀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입술은 차가웠다. 아직 몸을 제대로 녹이지 못한 내 입술보다 더 차갑게까지 느껴졌다. 그녀는 입을 전혀 열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해서인지 입술을 잔뜩 오무리고 있었다.
내가 그 닫힌 입술의 열쇠처럼 혀를 들이밀어 훑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이어서 마주한 입술을 떼었다.
"누부야가 나를 애인이라 캤잖나? 우리 진짜 애인처럼 키스하자!"
나는 한팔로 그녀의 고개를 받히며 얼굴을 뗄눼? 그리고 마치 빠구리 하는 자세처럼 서로의 얼굴이 포개어 진 채 내 입을 덮고 혀를 찔러 넣었다.

벌어진 그녀의 입 속에서 내 혀는 춤을 추었다. 그러나 그녀는 단지 한번 "흑!" 하는 소리를 냈을 뿐 혀도 입술도 아무 응답이 없다. 내 혀를 거두고 맹렬히 빨아대자 이제는 그녀의 혀가 내 입에 들어왔다.
나는 그 혀를 마치 젖을 빨듯 그녀의 침을 목뒤로 넘기며 빨아대다 다시 내 혀를 얹어 같이 엉키고 그녀의 혀를 희롱하다 다시 그 입속에 집어 넣었다.
그녀도 내 혀를 세차게 빨아댔다. 그리고는 자기 혀를 내밀어 나를 애무하고 희롱한다.
내가 첫키스를 서울띠기와 했을 때 그녀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면서 나를 리드해 갔다. 그러나 오늘의 경미는 아무 설명이 없었건만 결국 그 길로 접어 들었다.
빠구리와 관련된 남녀간의 모든 얽힘이란, 처음 알 때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신비스럽기도 하지만, 하나하나 껍질을 벗겨 버리고 나면 누구나 겪고 누리는 당연한 일 같기도 하다.
마치 우리가 더위와 추위를 느끼고, 배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잠을 자듯이 ......

"불을 끌까?"
우리는 오늘 밤 의식을 집행하려면 우선 알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제각기 옷을 벗는데 마지막 팬티를 벗으면서 그녀는 꽤 망설였다. 그리고 몸을 옆으로 비틀어 벗고는 잽싸게 이불을 덮었다. 부끄럼 타는 그녀를 나는 배려하고 싶었다.
"뭐, 안 끄마 어떻노?"
그녀는 여전히 부끄럼을 타는 표정으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혹 누가 보더라도 그래야 내가 밤샘 공부한다고 생각하겠지."
나로서는 그것이 더 좋았다. 이불 속에서 아직도 수줍어 하며 반듯이 누위 있기만 하는 그녀의 몸을 정성들여 애무하다 자지를 꼽았다. 그녀의 보지는 이미 물끼가 그득했고 내가 몸을 위로 올리자 무릎을 세우며 가랭이도 적당히 벌려 주었다. 그리고 자지가 들어가는 중 "흐윽!" 하며 신음소리를 냈다.

나는 문득 며칠 전 박금순과의 두번 째 빠구리가 생각 났다. 그리고보니 상황도 같았다. 일단 자지는 막힘 없이 쉽게 들어갔다.
금순이가 통증을 호소하던 생각이 나 한동안은 자지를 꼽은 채 가만히 있었다. 경미의 보지 속은 축축하면서도 따뜻했다.
그녀가 숨쉴 때마다 아담한 젖통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내 가슴을 간질인다. 그 반응처럼 자지는 보지 속에서 혼자 꺼떡거렸다.
"아아! ...... "
그녀의 두 팔이 내 몸을 더욱 세게 조여 오면서 엉덩이를 살짤 들었다가 좌우로 움직여 보기도 한다. 보지 속살도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다. 빨리 해달라는 재촉인가. ...... 나는 천천히 박아대기 시작했다.
"아아! ...... 아아! ...... "
아래처럼 엉켜있는 입술을 떼면서 그녀는 신음을 지르고 있다. 그녀의 얼굴을 보니 눈을 감은 채 잔뜩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누부야, 아프나?"
"응, 쬐끔. ...... 그래도 참을만 하다."
나는 그녀의 통증이 좀 가라앉도록 잠시 쉬다가 다시 방아질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분이 고조되면서 나도 모르게 속도가 올라가자 그녀는 또 신음소리를 냈고, 나는 또 잠시 멈추어 주었다. 보지가 조금씩 옴찔거렸다.
"내가 그거 해볼까?"
숨소리가 새근거릴만큼 진정되었을 때 그녀가 내 귀에 속삭였다.
"뭐를 ...... ?"
"저어 ...... "
그녀는 얼굴까지 붉히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결국 눈을 감고 얼굴도 두손으로 가린 채 말했다.
"위에서 하는거 ...... "

"아, 좋다!"
그녀가 더 이상 무안해 하지 않도록 곧 그녀의 몸에서 내려와 반드시 누웠다. 나로서는 약간 놀랍기도 하지만 반가운 일이었다.
그녀는 말 타는 자세로 내 몸 위에 걸터 앉아 자지를 집어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내려 앉으며 완전히 몸을 밀착시켰다.
"아아! ...... 더 깊이 드간 것 같네."
그녀는 약간 비스듬히 한 손만 방바닥에 댄 채 아래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 단단해서인지 속도가 느려서인지 젖통은 전혀 출렁거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도 초심자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자지가 빠져 버린 것이다. 다시 자기 손으로 빠진 자지를 끼우고 움직이며 첫 시도 때보다는 좀 오래 끌었지만 역시 또 빠져 버렸다.

그녀는 오기가 있는 모양이다.
자책을 하거나 부끄럼을 타지도 않으며 그녀는 곧 자지를 다시 끼웠다. 그리고는 완전히 내 위에 엎드려 버렸다. 나는 바로 내 얼굴을 덮는 그녀의 뺨을 두손으로 받히며 키스했다. 그녀의 혀가 먼저 쏙 들어 왔다.
그녀는 다시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영 아니올씨다 였다. 굳이 비판을 하자면 마치 팔굽혀펴기를 하듯이 일직선이 된 몸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 움직임은 그 동작의 핵심인 자지 보지에 집중이 되지 않고 제대로 들락거리는 것도 아니다. 결국 말타는 자세보다 더 쉽게 자지가 빠져 버렸다.
그녀는 황급히 다시 자지를 잡아 보지 속에 집어 넣었다. 그 동작이 너무 안스러워 나는 그녀의 엉덩이에 손을 대고 눌러 주었다. 그 요점을 이해했는지 이제 가슴이나 허리는 눌러둔 채 엉덩이만 움직였다.
하지만 그 동작조차 서툰 줄타기 같은 짓이었다.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데만 집중해서 빠구리, 바로 서로 살을 섞으면서 만들어지는 설레임과 흥분과 희열이라는 감정들은 완전히 묵살된 것이다.

"이제 뒤로 할까?"
"그래 줄래."
내 말에 그녀는 선선히 대답하면서 기다렸다는듯이 내 몸에서 내려와 옆에 엎드렸다.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다.
경미는 예고편이나 포스터만을 보고 가슴 조릴만큼 보고 싶었던 영화를 마침내 극장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빠구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우리가 얽혔던 것은 황달자네 그 폐업한 양조장에서 그녀와 내가 빠구리했던 자세였다.
그런데 부끄럼을 타면서까지 그녀가 나에게 요구해서 바꾼 것은 바로 그 달자가 내 몸을 타고 앉은 것을 따라 한 것이다.
다시 내 몸을 누르며 팔굽혀펴기 처럼 서툰 동작을 보인 것은 그 다음번인 김춘자의 동작을 흉내 낸 것이다.
내가 무감각했더라면 그녀는 또 한번 자기 입으로 뒷치기를 요구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바로 그날, 그녀가 구경했던 마지막 빠구리 장면이었으니까.

그런데 나와 강복순이 했던 것처럼 하고싶어 하면서도 경미는 관찰은 제대로 못했던 모양이다. 그저 웅크리며 엎드린 그 자세로는 어떤 빠구리 기술자라도 자지를 박지 못할 것이다.
"이쨔는 좀 더 들고 ...... "
그녀의 엉덩이에 손을 대며 한마디 덧붙였다.
"앞은 더 숙이도라."
내 말을 따르자 물끼로 번득이는 그녀의 갈라진 틈이 확실히 드러났다. 나는 대가리로 그 갈라진 틈을 몇차례 쓰다듬다 구멍으로 쑥 집어 넣었다.
"흐윽! ...... "
그녀는 또 신음을 내며 엉덩이를 좀 흔드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자지를 돌려대는 것에 따라 흔들린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그 구멍 속의 벽을 훑어가듯 자지를 돌려보다 본격적으로 박아대기 시작했다.

"철석! 철석! ...... "
살이 부딛히는 소리가 한밤중의 좁은 방에 가득 찼다. 그 소리는 그녀의 신음도 집어 삼키듯 컸고, 내가 주도하면서 희열도 되살아 났다.
"척! 척! 척! ...... "
찌르는 속도도 빨라 졌다. 나는 고비에 거의 다달았다. 그러나 사정을 하지 못했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세웠던 무릎을 펴는 바람에 자지도 빠져 버렸다.
"하아! 하아! ...... "
완전히 엎드린 상반신이 들먹일만큼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미안타! 쪼매만 다 하자."
"와, 아프나?"
"아픈기야 참을라 캤는데 아, 모든기 벅차서 ...... 너무 힘든다!"

그녀의 가쁜 숨이 진정되자 나는 그녀를 바로 누이고 보지를 어루만져 주다 공알을 한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렀다.
"아아! 아아! ...... "
강도를 조금 높이며 속도를 빨리 하자 이제는 통증과 관련 없는 신음을 내며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가랭이도 조금씩 더 벌어졌다. 내가 그 위로 몸을 덮자 그녀는 가랭이를 더 활짝 벌린 채 무릎을 세워 주었다.
"아악! 아악! ...... "
그 비명이 환희 때문인지 통증 때문인지 분간이 안 가는중에 나는 그녀의 몸 깊숙히 사정했다. 처음 그녀와 빠구리할 때 사정이 시작되자 곧 동작을 멈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사정이 완전히 끝났어도 아직 탱탱한 자지를 계속 박아댔다.
군불을 많이 때 훈기가 넉넉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둘 다 땀에 젖어 있었다.

"누부야! 좋았나?"
이제는 정액만 꿀럭꿀럭 나오는 보지를 닦아주며 나는 나직히 물었다.
"응? ...... "
꿈꾸는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있던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반문했다.
"오늘은 아프기만 하지 않고 좋기도 했냐고 ...... ?"
"응? ...... "
그녀는 다시 반문을 하면서 눈동자를 굴리고 눈을 깜빡거렸다. 마치 잠에서 깬 사람이 애써 정신을 찾으려는 동작 같기도 했다.
"그기 ...... 저, ...... 저, ...... " 라며 말을 못 있던 그녀는 나를 왈칵 껴안았다. 그리고 내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내 질문과 동떨어진 말을 급히 쏟아냈다.
"영도야! 니를 참말로 다시 만나고 싶었다! 아이다. 니를 참말로 잊어뿌고 싶었다!"

문경미는 그날 폐업중인 황달자네 양조장에서 분위기에 휩쓸리며 어쩔 수 없이 빠구리를 했고, 그녀의 상대였던 소년의 도발로 싸움판까지 벌어지며 제대로 상황을 판단할 경황조차 없었다. 집에 돌아 와서야 오늘 그녀가 겪은 일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가를 실감했다.
우선 가장 충격적인 것은 자신이 순결을 잃었다는 것이다.
함께 어울렸던 "7공주파" 다른 애들의 행실이 어땠건간에 그녀를 감싸고 있는 울타리, 가정과 그 주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그녀는 저지른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순결을 잃게 된 상대가 같은 마을의 애송이라는 점이다.
그녀 역시 점점 성숙한 여인이 되어가면서 사랑이나 성에 대해서도 동경과 환상이 부풀어 가고 있었다. 그것 역시 환상이나 착각이더라도 "사랑" 때문이라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다면 좀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17년간 지켜온 처녀의 성이 무너져 버렸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허망했다.
나는 이제 더러운 여자가 되어 버렸어. 사랑이나 결혼이란 꿈도 꾸지 말아야지. 차라리 자살을 해버릴까. ...... 혼자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면서 자책과 후회와 번민과 자학에 휩싸였지만 아무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또하나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마치 저주의 주문처럼 그날의 장면들이 펄쳐지며 뒷덜미를 치는 것이었다.
그것은 얼마나 추악하고 혐오스러우며 또 비인간적인 상황이었던가. 어린 소년을 끌고 와 때리고 협박하면서 옷을 벗기고, 풀죽은 자지를 입으로 빨면서 세워가지고 유린한 그 잔인성과 사악함, ...... 같이 어울렸던 친구들이 남들의 눈이 지켜 보는 앞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고 그녀는 치를 떨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영상이 그녀를 사로 잡는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남자의 자지, 그것이 보지 속에 들어가 함께 꿀렁거릴 때의 그 역동감, 그날도 그녀는 혐오감이 더욱 부풀어 오르고 몸서리가 쳐지면서도 그 동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환상 속에서 혼자 그려 보았던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토록 추하고 천박한 행위중에도 친구들이 헉헉거렸고, 그보다 더 한 충격은 자신도 몸이 달아 오르고 보지가 축축해 졌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물이 흐를 정도로 ......

그녀는 이런 꿈도 꾸었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수풀 사이를 헤메다 뱀이 나타났다. 그녀는 너무나 놀랍고 징그러워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방향도 가야 할 곳도 모르면서 그저 내달리다 그녀는 산 봉우리 같은데서 발을 멈추었다.
그곳에서는 세상을 훤히 볼 수 있었고 사방을 둘러 보아도 뱀은 없었다.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점에서 그녀는 안도했다. 그러나 무엇인가 허전하고 알 수 없는 욕구 같은 것 때문에 그녀는 안전한 피신처를 떠나 다시 숲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풀 속에는 역시 뱀이 있었다. 활짝 벌린 입에는 위에 두개, 아래에도 두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너무 무서웠다. 뱀은 그 이빨로 그녀를 물어 버렸다. 생물시간에 배운 것처럼 그녀는 통채로 뱀의 아가리에 물려 서서히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 그녀는 오히려 바깥 쪽에서 뱀을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뚱아리는 여전히 뱀의 아가리 속에서 내장쪽으로 옮겨 가고 있었다.
둘은 마치 "뫼비우스의 고리" 처럼 겉도 안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이 서로 엉켜져 맴돌고 있는 것이다.

화들짝 놀라며 잠이 깨었을 때 그녀는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현상도 그녀는 알았다. 보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몸의 땀을 닦기 전에 먼저 보지로 손을 옮겼다. 그리고 예민한 부분들을 심하게 자극했다. 그렇게 자위를 하면서 그녀는 아직도 혼미한 잠결에서 차츰 벗어날 수 있었다.
온몸에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고 정신이 맑아지자 비로소 그녀는 수치와 자학감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맑은 정신 속에서 그녀는 흐느끼며 울었다.
그 무렵 자위는 세로운 일상사의 하나처럼 그녀에게 끼어 들었다.
끊임 없이 일어나는 욕정과 환영, 불안하고 허무한 그 심리상태를 그녀는 다만 자위로 달래어 왔다. 그러나 한차례의 자극이 가라앉고 나면 그녀는 후회와 자학과 자기혐오라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이러한 자신의 변화를 성숙해가는 과정의 생리적 욕구로 받아 들였다면 문제는 훨씬 단순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날의 충격 때문에도 더욱 자신의 욕구나 섹스 자체를 이성으로는 거부하고 혐오했다. 그러면서도 몸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그녀는 더욱 자괴감에 빠지고 항상 우울하면서도 음침한 이중성격이 점점 두드러 졌다.
남이 보는 앞에서는 새침을 떨고 이제 성과 관련된 이야기는 입에 담지도 않고 주위에서 여전히 그 문제로 떠드는 친구들을 경멸하고 증오했다.
그러나 혼자 있게 되면 스스로 그 욕정과 환영의 수렁에 뛰어 들어가 온갖 상상을 해가며 끝내 자위로 몸을 달래게 된다. 어떤 날은 하루에 10번 이상 자위를 해보기도 했다. 연필이나 채소를 기구로 써보기도 했고, 탁구공이나 구슬을 보지 속에 넣고 다니기도 했다. 조울증과 우울증 외에 그녀는 성도착증세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런 변화의 증거는 우선 학업성적으로 나타났다.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났을 때 그녀는 반에서 20등 밖으로 밀려 났다. 중학생 때부터 늘 전교에서 10위권 안에 들었던 그녀로서는 엄청난 추락이었다. 그녀뿐 아니라 어머니까지 담임선생에게 불려갔고, 그녀가 금촌리에서도 악명이 높은 "7공주파" 의 하나였다는 것도 가족들에게 알려 졌다.
마침 서울의 큰오빠가 할아버지 제사 참례차 내려왔을 때 이 막내딸 문제로 가족회의까지 열렸고, 우선 환경을 바꾸고 큰오빠가 철저히 감독하기로 하면서 그녀의 서울전학이 결정되었다.
그녀는 그 결정에 반박하거나 거부할 수 없었지만, 새로운 변화의 효과에 대해서도 두렵고 회의적이었다.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바로 그녀 자신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고민에 며칠을 끙끙거리던 그녀는 스스로 처방전을 만들고 결단을 내렸다.

얼마전 읽은 외국소설의 한대목이 떠 올랐다.
한 여인을 짝사랑하면서도 도대체 진전이 없어 주인공은 결국 그녀를 포기했으나 여전히 잊지 못해 괴로워 하는 하소연을 들은 친구가 이렇게 조언한다.
"어떤 여인을 잊으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그녀와 한번 자는걸세."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끝내 사모했던 여인을 품에 안지 못한다. 하지만 경미도 그 방법을 써 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렇게 된기다. 맛있는 음식도 한번 실컷 묵고 체하마 한동안은 보기도 싫어지잖나? 내는 오늘 니캉 이래 만났으이 세 빠지게 하고 이제 니를, 아니 빠구리나 자위행위 같은 것도 모두 떨쳐 버릴끼다. 우리 오늘밤 정말 세 빠지게 한번 하자! 니가 해줄끼게?"
미처 내가 대답을 하기 전에 그녀는 내 자지를 덥썩 물었다. 일단 그녀는 그날 양조장에서 구경했던 장면들을 모두 실행에 옮긴 셈이다.

그날밤 우리는 정말 혀가 빠질만큼 헉헉거리미 함께 엉켰다. 69자세도 해보고, 그녀의 한쪽 다리만 들어 올리고 벽치기도 해보았다. 그녀가 내 몸 위에 겹쳐 누우며 자기 공알을 만지고 나는 밑에서 쳐 올리듯 자지를 박기도 했다. 옆으로 누운 그녀를 뒤에서 박기도 했고, 같이 앉은 자세로 그녀가 젖통을 출렁이며 엉덩이를 들썩거리기도 했고, 사정이 끝나고 서로의 분비물이 묻어있는 자지를 그녀가 그대로 입에 넣고 빨아 주기도 했다.
"아아! 아픈 것도 넘어서 이제는 속에서 불이 날락 한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언제나 나를 받아 들였다. 더구나 사정이 끝나고 내가 몸을 움직일 기세가 보이면 "빼지 마!" 라며 엉덩이를 눌러왔고, 나도 모르게 선잠이 들려 하면 "자지 마!" 라며 나를 흔들어 깨웠다.
아직 사방이 깜깜한 이른 새벽에 그 방을 나올 때까지 나는 4차레나 사정을 했다.

경미는 며칠 후 서울로 떠났다.
하지만 서울내기가 된 뒤에도 방학 때면 어김 없이 금촌리로 돌아 왔다. 마을사람들의 입을 통해 그녀가 전학간 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한다는 말도 얻어 들었다.
나와 마주치면 이제 피하거나 외면하는 일 없이 그녀가 먼저 웃으며 말을 걸어 왔다.
서울물이 좋아서인지 그녀는 금촌리에서 볼때보다 더욱 아름답고 명랑하며 쾌활한 여인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나와 어떻게 단둘이만 있을 때로 빠구리와 관련 지을만한 어떤 말이나 행동도 없었고, 나 역시 그런 말을 먼저 꺼낼 수는 없었다.
"죽은 여자보다 더욱 불쌍한 여자는 잊혀진 여자입니다." 라는 싯귀가 생각날만큼 그녀의 매정함에 나는 그녀가 원망스럽거나 슬픈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왕 경미와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으니 여기서 완전히 매듭을 짓기로 하자.

뒷날 나도 서울에서 중학교 3학년일 때 경미를 다시 만났다. 그때 그녀는 서울의 일류 여자대학교 4학년이었고 정말 세련되고 화사한 숙녀로 변모해 있었다.
그녀는 한 남자와 이미 약혼했고 졸업하면 곧바로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말도 스스럼 없이 들려주었다.
그런데도 그날 그녀는 나를 여관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잠시 머물면서도 우리는 세탕을 뛰었다. 이제 그녀는 통증을 호소하거나, 특별한 체위에 호기심을 갖지도 않았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그 방면에서도 세련되고 화사하게 진화해 있었다. 나를 리드해 가며 자신의 느낌대로 마음껏 신음과 비명을 질러 댔다. 그리고 사투리끼가 전혀 없는 세련된 서울말로 이렇게 말했다.
"영도야, 너를 꼭 한번은 더 만나고 싶었어. 결혼 전에, 아니 결혼을 하고 나서라도 ...... "
그녀가 나를 완전히 잊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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