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설화(忖里 說話) - 26
영숙이 누나가 집에 돌아왔다. 제재소에서 일하는 누나를 불러 내 황달자와 제과점에서 만난지 이틀 후다.
"웬 일이고?"
점심 때가 다 되어 불쑥 들어서는 누나를 보고 엄마가 다급하게 물었다. 남의 집살이를 하다 집에 왔건만, 휴일도 아닌 날에 갑자기 나타난 딸이 우선 걱정스런 것이다.
"응, 하루 좀 다 갈라고 ...... "
"와? ...... 무슨 일이 있나?"
"아니, 그저 몸도 좀 피로하고 ...... "
"어디 아프나?""
"별거 아이다. 하루쯤 푹 잠을 자마 괘않을끼다."
"요전에 왔을 때는 괘않더니 와, 고뿔이나 몸살이라도 났나? ...... 열은 없는데 ...... ?"
엄마는 누나의 이마까지 짚어 보면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부산을 떤다.
"괘않다카이 ...... 하루쯤 쉬마 된다. 우선 밥이나 묵자. 배 고프다."
누나의 애매한 말에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밥상을 차리려 부엌으로 나갔다.
안방에는 영미 누나가 있었고, 건너방에 있었던 영자 누나와 나도 누나가 오는 기척에 모두 안방에 모였다.
"니, 무슨 일이 있나?"
영자 누나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별거 아이다. 그저 하루 좀 집에서 쉴라 카는데 와 모두 이래 수선을 피노?"
영숙이 누나의 말에 영자 누나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다섯명이 둘러 앉아 점심을 다 먹을 때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영숙이 누나는 나에게 말을 걸기는커녕 눈길도 한번 주지 않앗다.
사실 가족중에 영숙이 누나의 돌연한 등장에 가장 궁금한 것은 나였을 것이다.
오직 나만이 누나가 제재소 사장 및 그 아들과 빠구리를 한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달자까지 끌어들여 해결책을 찾으려 했는데 누나는 이렇게 불쑥 나타나 애매한 말만 하면서 딴청을 피우고 있다.
궁금증을 넘어 나는 불안하고 겁이 나기까지 했다. 괜히 내가 누나의 일에 끼어들어 무엇인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나 때문에 누나가 그 집에서 쫓겨나고 결국 학업도 계속할 수 없게 된 것은 아닐까, ......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지만 얼음장 같은 누나에게서 전혀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영숙이 누나는 계속 나에게 냉랭한 채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잠도 안방에서 엄마와 잤다.
이튿날, 나는 점자를 배우려 영자 누나를 박금순네 집에 데려다 주기로 약속한 날이다.
엄마와 영숙이 누나의 말을 들으니 누나도 아침을 먹고는 바로 웁내로 돌아간다고 했다.
"내도 오늘 큰 누부야캉 내리에 갈 일이 있는데 누부야하고 같이 갈까?"
한참을 망서리다 나는 영숙이 누나가 집에 온 뒤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집밖에서 함께 걷기라도 하면 무언가 누나의 속내를 알 수 있는 말이라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누나는 내 바램을 여전히 냉랭하게 잘라 버렸다.
"니는 걸어갈꺼 아이가? 내는 버스 타고 바로 읍내로 갈끼다."
영숙이 누나는 아침을 먹자 바로 읍내의 직장으로 돌아갔다. 영자 누나는 "숙제를 제대로 했나 한번 더 검사해 봐야겠다." 며 10장도 넘는 점자들을 다시 일일히 읽는 바람에 꽤 시간이 지체되었다.
누나는 아버지가 사 준 토끼털이 달린 겨울 코트를 입고 꽤 흐믓해 했다. 나도 역시 아버지의 선물인 새 점퍼를 입고 보니 우리는 오랫만에 별로 가난한 티가 나지 않는 남매처럼 생각되어 좀 우쭐했다.
박금순네 집을 향해 가면서 영자 누나는 자주 말을 걸어 왔지만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계속 영숙이 누나가 마음에 걸렸다.
우리가 빠구리 한 것에 대해 영숙이 누나는 크게 후회하고 있으며, 지난번 집을 떠날 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 고 나한테 다짐했었다. 그 표정이나 언행으로 보아 누나는 크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나는 또 들쭝나게 황달자에게 영숙이 누나의 창피한 사정을 그대로 털어 놓아 누나를 더욱 곤란하게 했다. 내가 달자와 같이 왔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던 누나의 표정, 달자와 이야기 하면서 눈물을 훔치던 장면, 나와 헤어질 때 인사는 커녕 눈길도 주지 않아 누나가 나를 얼마나 미워하고 원망하는가를 알만 했다.
그런데 일해야 하는 날에 불쑥 집으로 돌아왔으니 그 이유가 궁금한데 속 시원한 설명이 없어 더욱 답답했다. 혹 나 때문에 누나가 제재소에서 쫓겨난 것은 아닌가. 그럼 학교도 못 다니게 될텐데 ...... 이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나 내리, 바로 박금순네 동네로 접어 들면서 영숙이 누나에 대한 근심보다는 금순을 만난다는 기대에 사로잡혔다.
박금순, --- 가까워 질수록 더욱 새롭고 신비함이 느껴지는 여인이다.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장님이면서도 세련되고 우아한 미인으로만 알았다. 그런데 빠구리를 했을 때 그녀는 숫처녀였고 하지만 보지는 동생 금지처럼 유난히 자지를 물어 주는 것이다. 체격이 큰 것처럼 젖통은 금지보다 훨씬 풍만한데 연분홍빛 젖꼭지는 금지처럼 평시에도 연필의 지우개처럼 봉긋 솟아 있다.
처음과 두번 째 빠구리를 할 때 그녀는 갓 목욕한 몸으로 나를 받아 주었다. 머릿결뿐 아니라 온 몸이 아직 물끼를 머금고 있는 듯 한데 그녀의 몸에서는 항상 향기가 난다.
때로는 찡그리고 수줍어 하면서 빠구리 자체에 겁을 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몸속에는 또 넘칠듯한 욕구도 깃들어 있다. 하지만 나에게 처음 빠구리를 알게 해준 서울띠기나 다른 여인들처럼 그렇게 열광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 자신도 그런 점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나에게 "오르가즘을 느껴보고 싶다." 는 말까지 했다. 나도 오르가즘으로 환희에 가득 차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다.
"오늘도 선생님이 또 자고 가라 카마 우째야 되노?"
영자 누나가 말을 걸어 왔다.
"와? ...... 누부야는 그 집에서 자는기 불편하나?"
"아이다. 선생님하고 이야기 하는기 너무 좋다. 세상 일들도 많이 알게 되고 ...... 선생님은 책도 많이 읽으셨고 아는 것도 참 많더라. 하지만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 "
"금순이 누나도 누부야캉 같이 있는게 좋다 안카더나? 서로 좋으마 됐지, 뭐."
"하여튼 내가 동생 잘 둬가 참말로 꿈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누나가 내 손을 더 세게 쥐었다. 나도 흐뭇함과 함께 누나에게 잘 해주는 금순이 새삼 고마웠다.
그럴수록 더욱 그녀와 빠구리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솟아 오른다. 영자 누나의 말처럼 지금 내가 금순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빠구리뿐이다. 나의 욕구 해소뿐 아니라 그녀가 정말 뽕 가도록 정성과 실력을 발휘해 봐야겠다고 새삼 마음을 다졌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일까. 나는 오늘도 허탕을 쳤다.
금순네 집에 금지는 없었으나 창호라는 그녀의 남동생도 함께 있었다. 창호는 22살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군에 입대해 마침 휴가를 나온 것이라는데 군복이 아니라 그저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금순은 영자 누나와 나에게 자기 남동생을 소개시켜 주었다.
분위기로 보아 도저히 이 집에서 금순이와 빠구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누나를 인계했으니 곧 그 집을 나오려 했다.
그러나 금순이 남매가 붙잡아 결국 네명이 소파에 둘러 앉아 차와 과자를 먹으며 잡담을 나누는데 덤덤히 끼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빌려준 책을 벌써 가져오게, 다 읽은 모양이지."
누나는 지난번 금순네 집에서 <헬렌 켈러전>과 <안델센 동화집>을 빌려 갔었다.
"예. 두가지 다 너무 좋았어예."
"어떤 점이 좋았는데 ...... ?"
"그기, 저 ...... "
금순의 질문에 누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헬렌 켈러 이야기는 그 전에 라디오로도 듣고 감명을 많이 받았심더. 그런데 내가 글자를 직접 읽어가면서 내용을 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더욱 감동이 컸어예. 특히 ...... "
누나는 또 머뭇거리며 얼굴을 붉히고 나서 말을 이었다.
"라디오로 들을 때는 듣도 보도 몬하는 헬렌 켈러가 일류 대학까지 들어간기 정말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책으로 차근차근 읽다보이 앤 설리반이라는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됐심더. 설리반 선생님이 없었으마 헬렌 켈러도 없었겠죠? 내한테는 선생님도 그리 느껴 집니더. 헬렌 켈러가 "내가 사물을 볼 수 있다면 제일 먼저 설리반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는데 내도 그리 된다마 선생님 얼굴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심더. 선생님은 정말 아름다운 얼굴이죠?"
"아이, 영자가 또 사람 민망하게 하네."
그 두 여인은 모르겠지만 금순이도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미스 문이 잘못 생각했어요. 우리 누나는 볼품 없어. 미스 문이 훨씬 더 아름다워요."
창호가 옆에서 말 참견을 했다. 영숙이 누나를 제재소 반대머리 사장이 "미스 문"이라고 불렀는데 여기서도 금순이 남동생이 영자 누나를 "미스 문"이라고 했다. 그런 호칭이 내게는 좀 생소하게 들렸다. 금촌리에서는 누구도 누나들을 그렇게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얘는 ...... ? 영자가 예쁘다고 하면 되지, 왜 나를 끌어들여 창피를 주니?"
금순이가 동생을 살짝 꼬집으며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누나가 앤 설리반이라면 미스 문이 바로 헬렌 켈러네. 당연히 주인공이 더 예뻐야지."
"아이, 그런기 아이라예."
누나도 얼굴을 붉혔지만 모두 미소를 띄운 채 분위기는 한껏 좋았다.
"<안델센 동화집> 도 너무 좋았심더. 그런 동화를 처음 읽어봐서 너무나 가슴이 저리고 감동적이라예."
분위기에 휩쓸린 것인지 이제 누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 미스 문은 동화라는 것을 처음 알았나요?"
창호가 누나에게 관심이 쏠렸는지 다시 끼어 들었다.
"아이라예. 라디오에서 <신데렐라> 나 <백설공주>, 또 <흥부 놀부> 나 <도깨비 감투> 같은 것들도 더러 들어 봤지예. ...... 그런데 안델센 동화들은 그 내용이 그 전에 알던 것과 많이 다르데요."
"어떤 점이 ...... ?"
창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다른 동화들은 거의 ...... "그래서 주인공은 잘 먹고 잘 살았다." 라는 식으로 끝나잖아예. 그래서 읽는 어린애들에게도 행복과 희망을 심어 주겠죠. 그런데 안델센의 <인어공주> 나 <성냥팔이 소녀> 같은 것은 한 없이 슬프고 불쌍한 이야기들이라예. 그래서 읽는 내도 슬프고 안스러운데 그기 읽고 나서는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보다 더 길고 진한 감동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니 내가 좀 이상한긴가예?"
"이상하긴 ...... 영자가 원래 감정이 풍부해서 그래. 또 슬픈 이야기나 비극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특징도 있는 것 같아. 내가 요즘도 가끔 되새기는 영화, ...... 물론 비극으로 끝나고, 내가 볼 수는 없어도 귀로 들으면서 분위기를 느낀거지만 <전원 교향곡>이라는 영화가 참 감동적이었어."
"<전원 교향곡> ...... ? ...... 그건 베토벤 심포니 6번 아입니꺼?"
누나가 물었다.
"맞아. 그런데 그 영화는 그 제목을 땄지만 내용은 앙드레 지드라는 소설가가 쓴 작품을 영화로 만든거야."
금순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맹아학교 점자교사일 때 보았던 영화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했다.
시골 마을의 목사가 오갈데 없는 맹인소녀 젤트류트를 맡아 보살피게 되면서 차츰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의 아들 역시 젤트류트를 사랑하게 된다. 예기치 못했던 이상한 삼각관계 속에서 그녀는 개안 수술을 해서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때문에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그녀가 감사하고 존경하면서 환상으로 흠모해 왔던 목사는 늙어서 추하게 까지 보였으며 그렇다고 젊고 잘 생긴 그의 아들과 새롭게 사랑을 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그녀 때문에 부자간에도 미묘한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광명 속에서 오히려 더 큰 혼란과 좌절을 느낀 그녀는 결국 호수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만다는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미스 문은 음악도 많이 아는 모양이네요?"
금순의 이야기가 끝나자 창호가 또 누나에게 물었다.
"아이라예. 그저 라디오로 가끔 들으본 것 뿐이라예."
누나가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대답했다.
"아니야. 영자는 천부적으로 음악에 대한 감각을 타고 난 것 같아. 같이 노래를 불러 보거나 다른 음악을 들어봐도 영자의 절대음감이나 음악에 대한 이해는 내가 놀랄 지경이야. 영자가 일찍부터 교육과 접할 수 있었다면 정말 여러가지로 타고 난 재주를 더 꽃 피울 수도 있었을텐데 ..... "
나는 지난날 영자누나가 마마에 걸리기 전 동네의 재롱둥이로 소문날만큼 귀여움을 받았었다는 할아버지의 회한 섞인 말이 다시 생각났다.
"나도 대학 1학년 때 본 <미완성 교향곡> 이 음악과 관련돼 있으면서 참 감명깊게 본 것 중 하나예요."
창호가 또 하나의 영화를 소개했다.
낭만파의 대표적 작곡가인 슈베르트는 젊은 시절 가난한 음악가였다. 마침 귀족의 파티에서 연주를 할 기회가 왔는데 그는 연미복조차 없었다. 할 수 없이 전당포에서 하나를 빌려 입고 자작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데 갑자기 여인의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의 연미복에 붙어 있는 전당표를 보고 집주인의 딸이 웃어제낀 것이다.
대부분 가난한 예술가들이 그렇듯 그도 자존심만은 팽배해 있어 악보를 찢으며 연주를 중단,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그런데 그 사건을 계기로 슈베르트는 귀족의 딸과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며 그를 떠나 버린다. 사랑과 상심을 동시에 겪게 된 그는 그 반작용처럼 더욱 창작에 몰두한다. 특히 그날 그녀의 집에서 연주했던 악상을 더듬어 심포니로 악보에 옮긴다. 그러나 그녀가 웃음을 터뜨린 대목에 오면 악상이 끊겨 더 이상 나갈 수가 없었다.
그 무렵 친구의 편지로 결혼한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그 편지를 들고 갈대가 춤추는 들판에서 다시 그녀를 추억한다. 그 배경에는 그가 심혈을 기울인 심포니가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게 자신에게 선언한다.
"앞으로도 이 곡은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을 것이다."
금순과 누나는 귀로 듣는 그 이야기만으로도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목이 <미완성 교향곡> 이라고 ...... ? ...... 정말 재미 있겠는데 ...... 우리 읍내에서도 상영했었나?"
금순이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나야 여기 안 있었으니 모르지. 하지만 누나가 관심 있다면 이곳은 누나가 알아보고 서울에서 재개봉할 때는 내가 누나를 모셔서 감상하도록 할께."
"그래? 정말 한번 보고 싶다. 부탁해."
창호의 말에 금순이가 곧 화답했다.
보고 싶은 영화 하나 때문에 서울 나들이를 한다는 그들의 처지가 나한테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 같았다.
또 그들의 나누는 말들 중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많았지만 어떻든 누나가 화제의 중심이 되며 모두 관심을 보여주는 것에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결국 나를 실망시킨 것은 오늘도 금순이와 빠구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문학과 음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 사이에 내가 끼어들 수 있는 것도 없는데다 그 틈새에서 내가 금순에게 따로 접근할 여지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누나는 이틀밤을 금순네에서 보내기로 해 나는 사흘 후에 데리러 오기로 했다.
그 집에서 점심까지 얻어 먹고 나왔지만 좋은 음식에 배가 그득한 것과 달리 마음은 허전했다.
나는 다시 율곡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며칠 전 허탕을 쳤지만 다시 김춘자, 강복순과 만나고 싶었다.
춘자네 집 푸른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인기척 때문에 방문을 열고 나온 것은 그녀의 남동생 명수였다. 나를 보자 대뜸 인상을 쓰는 표정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어떤 표현을 하는 것이라기보다 나를 보자 기분이 나빠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는 나를 힐끗 보고는 다시 안방문을 열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누부야, 니 꼬맹이 친구 왔다."
그래도 좀 기분이 풀어지는 것은 춘자가 나를 반갑게 맞아준 것이다.
"영도 왔나!"
그녀는 나를 보자 방문 앞에서부터 활짝 웃으며 대청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 다음의 행동은 나를 집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었다.
"우리, 저쨔로 가자."
춘자는 내 손을 잡아 이끌며 대문을 나섰다.
"오늘은 동네 아지매들까지 몰려 와 고스톱을 치고, 국시 말아 묵고, 우리집이 완전히 운동회 하는 날이다. 어디, 복순네 집으로 가보자."
강복순네 집은 그녀의 집에서 고작 백미터 쯤 떨어진 거리였다. 김춘자와 강복순이 왜 항상 같이 다니는가를 알 것 같았다.다만 복순의 집은 스레트 지붕을 했지만 싸릿문이 달린, 지난 날은 초가 삼간이라고 할만큼 적은 집이었다.
"아부지, 저 왔심더."
"아, 춘자가!"
좁은 마당에서 장작을 패는 남자를 보고 춘자가 인사를 하자 곧 그 남자도 알은 체를 했다. 한겨울인데도 팔뚝을 걷고 얼굴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빙긋 웃음이 나왔다. 구렛나루나 걷어 올린 팔뚝이 온통 털 두성이였다.
서 있어도 겨드랑 털이 삐져 나오고 똥꾸멍까지 이어져 온통 시커멓게 털이 몰려 있는 강복순이 바로 제 아버지를 닮아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나영이가! ...... 니 언제 왔노? ...... 오랫만이네."
건너방의 문을 열며 춘자가 말했다. 복순의 방일텐데 또 다른 누가 있는 모양이다.
"응, 방학 후에도 할 일이 있어서 서울에 머물다가 ...... 집에 온거는 사흘 전이야."
오가는 말로 보아 친구사이 같은데 서울 말투였다.
"아, 춘자 왔나!"
이어서 이 방의 주인인 복순의 소리도 들렸다.
"그래, 영도도 같이 왔다."
"엄마야! 영도가 우리 집에 ...... "
그제서야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나며 복순이 얼굴을 내밀고 나에게 웃어 보였다.
"어서 올라 온나."
춘자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자 아까 춘자가 나영이라고 불렀던 여학생을 볼 수 있었다. 우선 피부가 하얗고 단발머리에 안경을 끼고 있는데다 서울말씨를 쓰는 터라 웁내의 여고생인 춘자나 복순이와는 다른 이색적인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색적인 객을 보며 나는 낙담부터 했다. 금순네 집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오늘의 빠구리 기대는 날이 샌 것이다.
"요 앙큼한 가시나 ...... !"
방에 들어선 춘자가 복순에게 쏘아 부쳤다. 억양으로 보아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놀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복순이 좀 당황하는 표정으로 얼굴마저 붉히는 것을 보니 뭔가 꿀리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아, ...... 나영이한테 내가 신세 좀 졌다. 우리 학교 수학 선생이 실력이 없는 긴지 의사소통이 안되는 긴지 늘 미적분이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드이 나영이한테 쪼매 배웠는데도 벌써 물리가 터진 것 같은기라."
"오야, 이 얌체 가시나야. 미적분은 내도 깜깜인데 그래, 니 혼자 도둑 공부해가 잘 묵고 잘 살아라."
방안에는 밥상에 교과서와 노트, 문제집 같은 것이 널려 있었다. 상황을 보니 복순이가 나영이에게 수학을 배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둘이 "7공주파" 이기 때문인지 하는 말들이 요상하기까지 하다. 지난번 황달자네 집에서 떼씹을 할 때도 문경미가 빠구리 경험이 없다고 털어 놓자 "배신자" 라며 닥달을 하더니, 여고생이 공부를 한다고 앙큼하다거나 얌체라고 들이대는 것이다.
"참, 귀한 손님들 왔는데 뭐라도 좀 챙기올께."
복순이 방을 나가자 춘자와 나영이 몇마디 서로 안부 인사 같은 것을 나누었다. 오가는 말로 보아 둘은 친구 사인데 나영은 서울말씨에 도시물을 먹은 티가 나서 시골처녀인 춘자와 대조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잠시 후 나영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군것질거리를 갖고 방으로 들어 오려는 복순이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갸가 갸가?"
"맞다."
둘은 나지막히 말해 방 안쪽에 있는 춘자에게는 안 들렸겠지만 문쪽에 앉은 나는 그 말을 얻어 들을 수 있었다. 아마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은데 빙긋 웃음이 나왔다. 서울말을 쓰는 그녀에게서 처음 사투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뒷날 전라도 사투리를 좀 알게 되었을 때 "거시기" 라는 말의 함축된 의미와 다양한 구사에 놀라며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있다.
"갸가 갸가?" 라는 말도 경상도 사투리의 묘미중 하나다. 굳이 설명하자면 "저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냐?" 라는 정도의 뜻이겠지만 단 네글자로 표현할 수 있고 아마 그 때문에 나영도 서울말 대신 사투리를 썼을 것이다.
복순이가 식혜와 강정 몇개를 가져와 하나씩 집어들고 먹는 중 복순이 나와 나영을 서로 소개시켜 주었다.
"야는 영도라고 바로 문경미 동생이다. 쟈는 우리 중학교 동창인데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다닌다."
"아, 그러세요? 저는 최나영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저 눈인사만 하려던 나는 깜짝 놀랐다. 춘자도 좀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처음에는 그녀가 나를 놀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에게 장난끼는 전혀 없었다. 춘자나 복순과 동창이라면 경미와도 마찬가지인데 경미 동생이라는 나에게 너무 진지하고 공손하게 하는 말에 오히려 나는 당황해서 얼굴만 붉히며 아무 대꾸를 못했다.
식혜와 강정을 먹는 동안 세 여고생은 계속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나영의 서울 생활과 이곳에 남은 친구들의 이야기들로 나는 흥미도 없을 뿐더러 끼어들 여지도 없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따분하고 어색했다. 그래서 집에 갈 생각으로 엉덩이를 들썩이는데 나영이가 말했다.
"자, 모처럼 이렇게 모였는데 이제 모두 우리 집으로 갈까?"
"뭐라꼬 ...... ?"
춘자가 놀란 표정으로 묻는데 엉거주춤 서 있던 나도 놀f다. 나영의 말투로 보면 나도 그녀 친구들과 함께 자기 집으로 초대하는 셈인데 그런 제안 자체가 엉뚱하게 들리는 것이다. 춘자나 복순이도 마찬가지 기분이었던 모양이다. 아무도 응답을 않고 잠시 침묵이 흐르던 중 머리를 갸우뚱하던 춘자가 일어나면서 말했다.
"복순아, 잠깐 내 좀 보자."
춘자가 복순이를 끌고 나가 나영이와 단 둘이 남게 되자 나영이는 외면한 채 입도 다물고 있다. 나는 더욱 자리가 불편했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오줌도 마려운 것 같았다. 마당으로 내려와 변소를 찾아 두리번대는데 부엌 뒤쪽에서 두런거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 ...... 아주 동네 방네 나발을 불고 다니라, 가시나야! 그기 무슨 자랑꺼리라고 우리 클럽도 아닌 아한테 까발기노?"
좀 화가 난듯한 춘자의 목소리였다.
"내사 이래 맞닥뜨릴 줄 알았나?"
이어서 복순이의 좀 풀죽은 소리가 들렸다.
"중학교 3년동안 나영이하고는 내내 단짝이었다. 그래가 지나 내나 온갖 경험이나 마음속을 다 털어 놓는 사이라 양조장 일도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한 것 뿐이다. 니가 영도를 우리 집에 안 데려왔으마 그저 얘깃거리로만 지나갔을 거 아이가?"
복순이는 나를 내세워 이제 춘자에게 반격을 가하는 모양이다.
두 여인의 말을 훔쳐 듣던 나도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았다.
복순이는 나와, ...... 어쩌면 "7공주파"의 다른 여고생들과 어울려 빠구리한 것을 나영에게 이야기 했다. "갸가 갸가?" 라면서 나를 확인하고 나서 진지하고 공손하게 나한테 인사한 것도 그것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춘자는 복순이를 닥달했다. 우리가 떼씹을 했을지언정 여고생인 그녀들이 남한테까지 떠들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러자 복순이는 춘자가 나를 자기 집으로 데려왔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그래서 ...... 저 가시나도 영도하고 하겠다는기가?"
"내도 모른다. 즈그 집 같이 가자 카는 말도 갑자기 나온기라 ...... 어쨌든 쟈도 있는데 우리 집에서 판을 벌릴 수는 없는거 아이가?"
나는 그 자리에 더 머물지 못하고 오줌도 누지 못한 채 방으로 돌아왔다. 잠시 뒤 방에 들어 온 춘자와 복순이가 어떻게 타협을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어떻든 우리 네명은 모두 최나영의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우리를 앞장 서 인도하던 나영이 큰 대문 앞에서 멈추었을 때 나는 아, 최군수 집! 하고 기억을 되살렸다.
한 20간 쯤은 되어 보이는 이 큰 기와집은 어른들의 말을 줏어 듣고, 이 앞을 지날 때면 한번씩은 돌아보게 하던 집이었다.
이 집 주인은 최달호로 율곡리에서 출세한 사람중의 하나였다. 그는 우리 군의 군수를 지냈고, 다시 서울에서 꽤 높은 자리까지 공직생활을 하나 정년 퇴임했으며 4.19가 일어난 후 참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차점으로 낙선했다는 사연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후 최달호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떻든 집이 큰데다 모두 "최군수 집" 이라고 불러 나도 이곳을 지나치게 되면 그런 연상을 하게 되는 집이었다.
최군수가 또하나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는 것은 자식들이 모두 공부를 뛰어나게 잘한다는 점이다. 아들, 딸들이 모두 반에서나 전교에서나 1등을 할만큼 공부를 잘했고, 읍내에서 중학교만 마치고 모두 서울에서도 일류 고등학교와 일류 대학교를 다닌다는 것으로도 소문이 나 있었다. 나영은 그 최군수의 막내딸로 역시 서울에서 일류 여고를 다닌다는 것을 뒤에 알았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원은 잘 손질되어 있었으나 인기척은 없었다. 나영은 우리를 곧바로 별채 쪽으로 안내했다.
"내 방은 좀 추울거야. 오빠 방에는 난로도 있으니 그리 갈까?"
그녀의 오빠 방에 들어섰을 때 내 눈에 먼저 뜨이는 것은 난로보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해골이었다. 뒤쪽을 보았을 때는 무슨 도자기인줄 알았는데 춘자가 손을 대다 비명을 질러서 앞에서 봤더니 그림에서 봤던, 눈과 코 자리가 뻥 뚤리고 이빨 몇개가 빠진 채 모두 드러나 있는 해골 바가지였다.
더욱 기괴한 것은 벽에 걸려 있는 두폭의 그림이었다. 송윤초의 안방에서 본 족자처럼 길게 늘어진 그 곳에는 각각 사람의 전신상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하나는 다시 몸을 세로로 갈라 한쪽은 해골에 이어서 갈비뼈와 엉치뼈, 대퇴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뼈다귀만 그려져 있고, 다른 반쪽은 소고기 덩이처럼 붉은 몸에 온통 근육과 신경만 그려져 있었다. 또 한장은 몸속을 드러내 허파와 심장, 간과 밥통, 창자등 몸속의 장기들만 나와 있었다. 도자기나 그림이 집안을 장식하는 것이라면 이방 주인의 취미는 정말 기괴한 것 같다.
나영이 석유난로를 피우자 방안은 금방 훈기가 돌았다. 춘자와 복순이도 방을 둘러 보며 기괴한 풍경에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나 판단은 달랐다.
"아, 이 방이 의사 한다는 느그 오빠 방이가?"
중학교 때 단짝이라던 복순이도 이 방은 처음 와보는 모양이었다.
"의사는 무슨 ...... 아직 본과 3학년인데 ...... 의과대학을 졸업하고도 전문의라고 간판을 걸려면 또 인턴, 레지던트라는 코스를 밟아 모두 한 10년은 공부를 계속해야 해. 큰 오빠 공부하는 것 보니 너무 힘들어서 나는 절대로 의사 같은 것은 안하겠다고 작정했어."
그러고보니 방안의 기괴한 장식물들은 취미가 아니라 학습교재였던 셈이다.
해골이나 인체 해부도 같은 것 말고도 책장에는 영어나 한문으로 된 두꺼운 책들이 뻑뻑하게 쌓여 있었다.
"오빠는 어디 갔노?"
춘자가 묻는데 나도 해골바가지나 내장기관을 공부하는 이 방 주인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미국에 갔어. 방학중에 삼촌댁에 들렸다가 한 열흘쯤은 무전여행을 하겠다나 ...... "
아까 박금순이 보고 싶은 영화 때문에 서울나들이를 한다는 말이 부러웠는데 나영이 오빠는 방학이라고 미국여행까지 하고 있다. 모두 나와는 다를 별세계에서 사는 사람 같기도 했다.
"양놈들도 무전여행을 봐주나?"
"글쎄 ...... 나도 미국은 안 가봐서 모르겠는데 ...... "
무전여행이란 당시 남자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에게 꽤 성행하던 모험이었다. 그저 배낭 하나 짊어지고 무전여행중이라고 하면 기차나 버스를 공짜로 태워 주기도 하고 일반인들도 거의 밥도 먹여 주고 더러 용돈을 쥐어주기도 한다고 했다. 요즘의 배낭여행과 비슷하다 싶지만 훨씬 인심이 좋던 시절의 이야기다.
"나영아, 우리 이야기 좀 하자."
좀 굳은 표정이 된 춘자의 말에 나영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춘자는 나에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영도, 니는 잠깐 자리 좀 피해 줄래?"
"아, 나는 변소에 갈끼다."
"화장실은 마루 왼쪽을 돌아가면 바로 있어요."
괜히 무안해서 일어서는데 나영이 가르켜 주었다.
당시 우리가 변소를 뒷간이라고도 부른 것은 집안에서 방이나 부엌과는 될 수 있는대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꼽추 할매를 비롯해 황달자네나 박금순네 처럼 잘 사는 집들은 화장실이라며 변소가 다 실내의 방 옆에 붙어 있었다. 나는 그것도 부러웠다.
오줌을 누고 나오면서 나는 문득, 어쩌면 오늘 이 세 여고생과 모두 빠구리를 하게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방안에서는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 나는 방문을 열지 않고 잠시 귀를 귀울였다.
" ...... 그래도 이 집에서는 좀 위험하잖나? 혹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마 ...... "
"괜찮아. 아버지는 지금 안 계시고 우리 가족은 내가 친구들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 이 방에 블쑥 들어오지는 않아. 또 방문을 잠그면 되니까."
춘자가 무언가 티를 잡으려 하는데 나영은 무마하려 한다.
"그런데 니는 아직 경험이 없다며 ...... ? 우리사 이미 버린 몸이라 캐도 니를 끌어들인다는기 영 찝찝타."
"그게 ...... 나도 2헉년이 될 때까지도 그런 점에 관심도 욕구도 없었어. 그런데 여름 방학 때 우연히 자위를 배우고 난 후부터 스스로 조절을 할 수 없게 자꾸 그쪽으로 빠져 드는거야. 결혼을 할 때까지는 물론, 여고를 졸업할 때까지도, ...... 순결을 지킬 자신이 없어졌어. 그런데 복순이하고 서로 속을 털어 놓다가 그 소년 이야기를 듣고 나도 꼭 한번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 그 다음에 나도 섹스에 탐닉을 하게 될지, 다시 공부에 열중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경험을 해봐야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되었지만 춘자, 너도 나를 좀 이해해 주렴."
"니가 그리까지 말하이 내도 더 할 말이 없네. 하지만 영도가 해줄지, 싫다 칼지는 내도 모르겠다."
"갸가 와 안 하겠노? 빠구리 도산데 ...... 양조장에서나 숙자네 집에서도 네명캉 했던 아 아이가."
춘자가 마지막 태클을 걸려 하는데 복순이 나영의 편을 들어 주었다.
"내가 솔직하게 그 소년한테 부탁을 해 볼께. 싫다고 하면 물론 어쩔 수 없지만 ...... "
엿듣는 중에 자지가 스멀거렸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시침을 떼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뜸을 들이다 복순이가 입을 열었다.
"영도야, 이래 어렵게 오랫만에 만났는데 우리도 회포를 한번 풀어야제? ..... 그런데 우리 친구 나영이도 좀 끼워주마 ...... "
복순이 말하는 중 안경을 낀 단발머리의 나영이 나를 힐끗 한번 보고는 고개를 숙이는데 금방 볼에 발간 티가 났다.
"그기사 뭐 ...... "
나도 괜히 얼굴이 붉어지며 얼버무렸다.
나영의 피부는 얼굴처럼 희고 매끄러워 보였다.
그 맨살이 조금씩 드러날 때마다 아까부터 탱탱해 있던 자지는 바지 속에서 벌떡거렸다. 그녀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나영은 아직 숫처녀인 모양이다. 문경미나 박금순처럼 그녀에게도 내가 첫남자가 되는 셈이다. 그것이 나를 더욱 흥분케 했다.
내가 승낙한 셈이 되자 세 여고생은 순서를 놓고 잠시 말이 오갔다. 복순이는 "집주인인 나영이가 먼저 해라." 라고 했고, 나영
은 "애초에 너희들이 아는 사이니까 너희들이 먼저 해야지." 라며 서로 양보를 했다.
이상한 것은 그 와중에 아무도 내 의사는 묻지 않는 것이다. 며칠 전 황달자네 집에서 그녀와, 또 올케와 어울리던 생각이 났다. 그 날도 두여인은 나를 제쳐두고 순서나 방법들을 자기들 마음대로 정했던 것이다. 하기야 그렇다고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어차피 내가 자지를 꼽아야 본격적인 빠구리가 되는 것이고 나는 이들 세명과 결국은 모두 빠구리를 하게 될테니까.
"그럼 우선 내 방에 손을 봐야 해. 좀 추울테니까."
나영이 방을 나가자 춘자와 복순이가 나를 놀려 댔다.
"영도, 오늘 호강하네. 또 아다 하나 따묵는거 아이가."
"그래도 너무 힘 빼지 마라. 우리도 좀 나눠 무야지."
다시 돌아 온 나영에게 이끌려 춘자와 복순이는 그녀의 오빠 방에 놔둔 채 그녀의 방에 들어섰다.
문경미나 박금순의 방처럼 깔끔하고도 야릇한 향기 같은 것이 배어 있는 것 같았다. 또 같은 여고 2년생인데 문경미나 황달자보다 방안에 책이 훨씬 많았다.
"영도씨, 잘 부탁드립니다. 우선 옷은 벗어야겠죠?"
엉거주춤 서 있는 내 앞에서 그녀는 살짝 웃어보이며 말하고는 윗옷 단추를 끌렀다. 대범한 듯 보이려 하지만 얼굴은 더욱 붉게 물들고 손끝이 조금 떨리는 것이 보였다. 방에는 전기 난로가 켜 있었고 잠시 후 우리가 함께 들어간 그녀의 침대도 온돌방의 아랫목처럼 따뜻했다.
"누부야, 그 말 좀 낮추 ...... "
좀 머뭇거리다 " ...... 소." 라고 말을 끝맺고, "다른 누부야들은 다 반말을 하는데 ...... " 하고 덧붙였다.
"그래도 오늘 처음 본 사이고, ...... 또 이렇게 서로 ...... "
그녀는 얼굴을 더욱 붉히며 머뭇거렸다.
아까 엿들었을 때는 나를 "소년" 이라고 부르더니, 빠구리를 할 상대라는 점에서 내가 좀 어렵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이 더 거북하지 ...... " ...... 나는 또 머뭇거리다 " ...... 예." 라고 말끝을 맺었다.
"하기야 그게 서로 편하기는 하겠지만 ...... 그런데 영도씨도 벗어야 되잖아?"
비스듬히 서서 브래지어를 따며 그녀는 내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문경미나 영자 누나의 것처럼 그리 크지는 않지만 밥공기를 엎어 놓은 것 같은 젖통의 옆모습이 드러났다. 그녀는 완전히 뒤로 돌아서 팬티까지 벗고 침대로 올라가 담요로 몸을 가렸다.
나도 재빨리 옷을 벗었다. 그녀처럼 몸을 돌리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 선 채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벗어 내렸다. 혼자 꿈틀거리기도 했던 자지가 끝이 휘어진 채 스프링처럼 튀어 나왔다.
"어머나!"
그녀는 두손으로 안경 낀 눈을 가리더니 금방 손을 떼고 놀란 표정이다. 나는 조금은 우쭐한 기분으로 벌떡 선 자지를 앞세우고 침대로 들어가 그녀 옆에 몸을 뉘었다.
"잠깐만 ...... "
그녀는 일어나 앉더니 담요를 들추었다. 그리고는 손을 펴서 자지의 길이를 재 보는 것 같다.
"복순이한테 이야기는 들었지만 책에서 본 것보다 페니스가 훨씬 크네. 내 한 뼘도 더 되네요. 발기를 안 했을 때는 크기가 어때?"
"발기 ...... ?"
그때 나는 그 말을 못알아 들었다.
"그러니까 그냥, ...... 흥분하지 않았을 보통 때는 길이가 얼마나 돼?"
"그기사 ...... "
둘 다 알몸이 되었고 한껏 성난 자지가 보지를 박아야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런 질문이 나온 것에 나는 좀 곤혹스러웠다.
"끝나고 나마 줄어드이 그때 보마 되지."
"귀두도 작아 지겠지? ...... 해면체로 구성되었다는 것이 어쩜 이렇게 딱딱하지? 여기에도 경골이나 근육이 따로 있는걸까?"
그녀는 자지 대가리를 찔러 보고 손가락을 모아 조물거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슬슬 짜증이 나려 했다.
아까 세 여고생들의 오가는 말을 들으니 나영이는 공부를 무척 잘 하는데 의대생인 오빠의 힘든 과정을 보고는 "나는 의사가 되기는 싫고 퀴리 부인 같은 과학자가 되고 싶다." 고 했었다. 지금 빠구리를 하기 위해 이렇게 알몸으로 침대에 나란히 있으면서도 그녀는 풋내기 과학자처럼 먼저 관찰과 분석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관찰 대상이 되기보다는 남자가 주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손을 뻗어 그녀의 보지를 만졌다.
서울띠기에게 처음 빠구리를 배운 이후, 그 절차를 생각하면 우선 키스부터 하고 젖통도 애무를 하거나 입으로 빨아주고 그 다음에 보지 쪽으로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부터 뒤죽박죽이 된 셈이라 그런 혼란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기분도 있었을 것 같다.
까실한 털의 감촉을 지나 가운데 손가락을 칼자국에 대었을 때 보지는 축축히 젖어 있었다. 나는 그 물끼를 손 끝에 묻힌 채 살짝 움직이며 공알을 찾아 갔다.
"아아 ...... !"
그녀가 낮은 신음을 냈다. 그러나 곧 제동이 걸렸다.
"잠깐만 ...... "
그녀는 내 손을 잡아 동각을 멈추게 하고 말했다.
"영도씨는 여자 경험이 많다며 ...... ? ...... 내 바기나 좀 봐 줄래?"
"바기 ...... ? ...... 뭐를 ...... ?"
나는 또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게 ...... 이걸 좀 ...... "
그녀는 부끄럼을 잘 타는 체질인 모양이다. 얼굴이 붉어지고 몸을 비틀며 좀 망서리는 것 같더니 담요를 걷어 제꼈다.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은 보지 앞에 머물렀다.
젖통이 아담하달만큼 별로 크지 않은 것처럼 그녀의 보지털도 별로 많지 않은 편이었다. 빠구리를 하게 되면 일부러 보지 않더라도 당연히 눈길이 가는 곳인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
"아무래도 나는 기형인 것 같아. 다른 여자들 하고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좀 알려 줘."
그녀는 가랭이를 좀 벌렸다. 물끼가 서려 있는 바알간 보지 속살이 조금 드러났다.
"무얼 보라는긴지 ...... ?"
"여자는 그곳을 직접 볼 수 없잖아. 그래서 거울로 비춰서나 보는데 아무래도 내 것은 그림이나 사진에서 본 것과는 다른 것 같아."
"무슨 그림인데 ...... ?"
"큰 오빠가 의과대학생이라 오빠 방에 그런 책들이 많아. 그런데 내 바기나는 해부도나 사진과는 영 달라 보이거든."
나는 웃음이 터지려 했다. 처녀가 가랭이를 벌린 채 거울을 그곳에 대고 요리 조리 관찰하면서 의학서적의 그림이나 사진과 비교하는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안경알 너머로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한껏 진지한 표정이었다.
두손으로 보지를 살짝 벌려 보았다. 공알과 오줌구멍, 질구가 길게 이어있고 질구의 도톰한 살덩이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한번 옴찔했다. 물끼가 완전히 배어 있어 빨간 살들이 모두 반짝거렸다.
"내사 하나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데 ...... ?"
사실 그녀의 보지는 그동안 내가 보아 온 다른 여인들보다 훨씬 깨끗해 보이기까지 했다. 문득 내가 빠구리도 알기 전, 잠든 어린아이의 보지를 까보았던 기억이 났다. 그때 조갯살처럼 속을 보였던 것이 색깔만 좀 짙어지고 커진 것 같아 어린아이의 보지에 털만 갖다 붙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며칠전에 본 황달자와 그녀의 올케 보지는 털을 말끔히 깎았지만 대음순이 시커멓고 닭벼슬처럼 좀 늘어져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나영의 보지는 깔끔하고도 단정해 보였다.
"정말 이상하지 않아?"
그녀는 마치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게되자 오히려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처럼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기사 ...... "
나는 그녀의 보지에 손바닥을 덮으며 말했다.
"오줌만 잘 나오고 ...... 별 탈 없이 빠구리 하고 ,,,,,, "
갑자기 웃음이 나와 나는 좀 킥킥거리다 말을 이었다.
"나중에 알라만 제대로 낳으마 되는 거 아이가?"
"아기 ...... ?"
그녀의 눈동자가 안경알 속에서 잠깐 커졌다.
"그래. 여자한테는 그 역할이 하나 더 있지. ...... 언젠가는 나도 아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 하지만 그건 바기나의 문제보다 난소와 자궁의 기능에 달린 것인데 ...... 어떻든 지금까지 배뇨에는 문제가 없었으니까 ...... "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그녀는 자리에 누우면서 말했다.
"자, 그럼 진짜 섹스를 해 볼까?"
비로소 주인의 허가를 받은 노예처럼 나는 그녀에게 몸을 포갰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발기한 채 아무 역할도 못한 자지가 재촉을 하는 기미라 서둘러 보지에 꼽으려 했다.
"키스는 안 해줘?"
내 등을 감싸 안으며 그녀가 속삭였다. 아무래도 자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입술을 대며 혀를 들이 밀었다. 잠시 주춤했던 그녀가 내 혀를 빨았다. 그 혀를 거두어 들이고 세게 빨아대자 그녀의 혀가 내 입에 들어왔다. 한동안 서로의 혀가 어울리면서 나는 한손을 그녀의 젖통에 얹고 봉긋 솟은 젖꼭지를 세손가락으로 비벼 댔다.
"아아 ...... "
그녀가 입을 떼고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아, 이상해. 두가지를 동시에 하니 내 몸에 스파크가 일어난 것 같아. ...... 그런데 내 몸은 어디 어디가 성감대일까? 영도씨가 좀 찾아 줘."
아직도 절차는 남아 있었다. 좀 짜증이 나려 했지만 또한 호기심도 있었다.
그동안 경험을 생각하면 빠구리를 전후해 여인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곧 죽어 넘어갈만큼 울부짖기도 하고, 처음에는 밋밋하다가 나중에 달아 오르는 여인도 있고, 오히려 고통스러워 하는 여인도 있었다.
나는 우선 그녀의 귓볼로 입술을 옮겼다. 나의 두번 째 여인인 꼽추 할매와 빠구리를 할 때 그녀가 얼굴을 모로 돌리는 바람에 내 입이 그녀의 귀를 덮은 적이 있다. 그때 그녀는 "아아! ...... " 라고 숨을 내쉬며 나를 꼭 끌어 안았었다.
"아이, 간지러!"
나영의 반응은 정 반대로 내 입을 벗어나려 도래질을 한다. 그러나 나는 더 세게 입술을 누르며 혀 끝으로 귓바퀴를 훑어갔다.
"흐윽 ...... !"
가만히 내 혀의 움직임을 받아 들이던 그녀가 신음을 내며 내 몸을 감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내 입술은 다시 그녀의 목덜미로 옮겨졌다. 그녀는 이제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이미영 선생과 빠구리를 할 때 목을 너무 세게 빨면 흉터가 생긴다는 주의를 받았던 적이 있다. 키스할 때와 달리 이제는 숨을 내쉬면서 혀로 그곳을 다독거려 주었다.
그녀는 겉으로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맞닿은 가슴에서 그녀의 심장이 좀 더 빨리 움직이는 것 같기도 했다. 숨소리도 조금씩 거칠어 졌다.
아직 입술을 그곳에 댄 채 그녀의 한 팔을 들어 올렸다. 입술을 그곳에 옮기려던 나는 멈칫했다.
"이기 와 이렇노?"
그녀의 겨드랑이, 연한 밤색 같은 그 부위에는 금방 바리캉으로 깎은 머리 같은 털이 보였다. 지난 날 황달자 올케와 처음 빠구리할 때 그녀의 보지털과 비슷해 보였다.
"아, 미안 ...... !"
그녀는 급히 한손으로 겨드랑이를 덮으면서 말했다.
"며칠 전에 했어야 하는데 겨울철이라 그냥 미루다가 ...... "
"이기 면도를 한기가?"
그녀는 또 얼굴을 붉히며 끄덕였다.
"몸에 난 털을 와 깎노?"
황달자의 올케에게서 변태 남편 때문에 보지털을 깎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녀도 겨드랑 털은 꽤 풍성한 편이었다. 우리집의 엄마나 누나, 동네 여인들도 다 보지털처럼 겨드랑이에 털이 나 있었고 그것을 깎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엇다.
"서울에서는 대부분 여자들이 그렇게 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다는 애들이 나를 놀리는데 얼마나 창피했던지 ...... 그 뒤에는 버스 같은데서 손잡이를 잡은 여자한테서 그게 보이면 나도 덩달아 창피하게 된다니까."
면도를 미룬 그녀의 겨드랑이도 성감대인 것은 분명했다. 까실까실한 감촉이 느껴지는 그곳에 혀를 밀어가다 빨아대자 그녀는 다시 신음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더욱 강한 반응은 젖통에서 나왔다.
"하아 ...... !"
젖꼭지를 입에 물고 혀 끝으로 빙빙 돌리다 빨아대자 그녀는 가쁜 숨소리를 내며 허리까지 들썩였다. 나는 젖꼭지를 이빨로 잘근잘근 씹었다. 어릴 적 엄마의 빈젖을 빨 때 뺨을 얻어 맞으면서 터득한 것처럼 결코 아프지 않게 살살 ......
"으응 ...... ! 으응 ...... ! 흐윽 ...... ! "
그녀의 신음이 더 진해질 때 젖통에 머물러 있던 손은 배를 훑어 가면서 보지에 다달았다. 확실히 물끼가 더 많아진 것 같았다. 그리고 공알도 부풀어 있었다. 그 공알을 젖꼭지 만질 때보다 더욱 부드럽게 문질러 주었다.
"아아 ...... !"
그녀는 몸을 비틀다 엉덩이까지 들썩이며 숨가쁜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달라? ...... 아아! ...... 너무나 달라."
"뭐가 다른데 ...... ?"
"내가 손으로 할 때하고 영도씨가 만져 주는게 ...... 남자 손이라 그럴까? ...... 너무 벅차! ...... 아아! ...... 온몸이 끓어 올라. 어쩌면 ...... 아아! ...... 내 몸 전체가 성감대 같아! ...... 이제 진짜를 해볼까?"
내 입과 손놀림으로 그녀의 몸이 달아 오르는 것은 괜찮은 기분이지만 하나 하나 주문을 하고 절차를 그녀가 정하는 것은 좀 언짢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여튼 나는 오늘 꽤 까다로운 빠구리 상대를 만났다.
잠시 그대로 기다렸다면 보지를 입으로 빨아 줄 수도 있었는데 어쨌든 그나마 이제 진짜 빠구리를 하게된 것은 다행이었다.
"좀 더 벌리 줘야 ...... "
한손으로 벌떡 선 자지를 잡고 구멍을 찾아 가던 나는 좀 짜증스런 투로 말했다.
"진짜를 하자." 던 그녀가 다리를 오무린 것이다. 입을 꽉 다문 조개 같은 그곳으로는 당연히 자지가 들어갈 수 없다.
조개가 벌어지듯 그녀가 가랭이를 벌렸을 때 나는 에라 하는 기분으로 단숨에 자지를 박아 버렸다. 이미 물끼가 그득한 그곳에 자지는 서로의 두덩이 맞닿을만큼 깊숙히 들어갔다.
"아악!"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내 등을 휘감은 팔로 세차게 나를 옭죄었다. 그녀의 고통스런 반응이며 갑자기 결박당한 것 같은 기분에 나는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하아 ...... ! ...... 하아 ...... !"
고통의 신음을 내는 그녀는 얼굴도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나는 동작을 멈추고 그녀가 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누부야. 마이 아프나?"
"그게 ...... 아아, 꼬챙이에 콱 찔린 것 같고 ...... 뜨거운데 데인 것 같기도 하고 ...... 음, 음, ...... 이제는 좀 견딜 것 같아."
보지 속이 조금씩 옴찔거렸다. 그제서야 나는 자지를 천천히 박아댔다. 그러나 이 방에 들어와서, 피 끓는 남녀가 알몸이 되어 몸을 포갠 후에도 너무 한눈을 판 셈이다.그래서 나도 모르게 점점 속도가 빨라 졌다.
"아아! ...... 흐윽! ...... 아! ...... 흑! ...... "
다시 그녀는 고통스런 신음을 냈지만 나는 무시했다.
"잠깐 ...... "
그런데 또 그녀가 나의 동작을 중단시켰다.
"이렇게 할 때 질벽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는데 나도 그래?"
"뭐가 ...... ?"
"아이, ...... 내 바기나 속에 무슨 변화가 없어?"
나도 느끼려 해 봤다. 그러나 아까처럼 옴찔거리는 맛이 없었다.
"글세 ...... ? 모르겠는데 ...... 이래 힘을 줘 보마 ...... "
그 말과 함께 힘을 주자 보지 속에서 자지가 꿈틀거렸다.
"어머나! 페니스가 더 확장을 하네! 그런데 나는, ...... 으으! ...... 으으! ...... 힘을 줘봐도 안 되나봐."
그녀의 아랫배가 몇번 오르락 내리락 했으나 정말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온 몸에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똥구멍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나는 상관않고 다시 찌르기를 계속했다.
"아아! ...... 흐윽! ...... 아! ...... 흑! ...... 그런데 사정은 언제 해?"
고통의 신음을 내면서도 그녀는 또 물어 왔다.
"그기사 ...... 내 몸에 신호가 와야지."
"흑! ...... 어떤 신호가 ...... ?"
"아이 참, 말로는 설명을 몬한다. 계속 해 보마 알지."
나도 모르게 좀 짜증을 내며 동작을 서둘렀다. 빨리 끝내고 싶었다.
"신호가 오면 ...... 질외사정을 부탁해."
"질외사정 ...... ? ...... 그기 뭔데 ...... ?"
"바기나 속에 하지 말라고 ...... 오늘이 위험한 날은 아니지만 그래도 안전하게 ...... "
"알았다!"
빠구리를 하면서, 그러니까 자지를 보지에 꼽고 꿀렁거리면서 다른 여인들과도 더러 말을 주고 받은 적은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끊임없이 질문과 주문을 해대고 동작이 끊어지니 나도 집중이 되지 않고 감흥도 자꾸 끊어지는 것이다.
빨리 싸자, 빨리 싸자. --- 나는 동작을 빨리 하다 자지를 뺐다. 그녀의 아랫배에 뿌려줄 생각이었다.
"신호가 왔어? 그냥 안에다 해줘! 하아! ...... 처음 해보는 것인데 남자 정액도 받아 보고 싶어."
끝까지 그녀는 변덕을 부리며 주문을 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것, 나는 그녀의 마지막 주문대로 그녀의 보지 속에 사정했다.
"아앗! 뜨거워!"
첫 사정이 나가자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엉덩이를 비틀었다. 다른 여인들은 내가 사정을 할 때 한방울이라도 더 받겠다는 듯이 엉덩이를 발짝 들거나 같이 장단을 맞추는데 그녀의 동작은 반대였다. 상관 않고 나는 계속 그 속에 정액을 쏘아댔다.
"누부야, 괘않나?"
가쁜 숨을 고르는 그녀의 뒷처리를 해주며 물었다.
"아프기는 했지만 그래도 참아 냈네. 그래도 속은 아직 얼얼해."
질퍽한 물끼를 닦아낸 티슈를 나는 다시 한번 펴 보았다. 붉은 색이 보이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그래도 피는 안났네."
"그래? ...... 그것 때문에 나도 그러리라 생각했어."
무슨 말인지 몰라 하는 나에게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설명을 덧붙였다.
"얼마전 뭐를 집어 넣고 자위를 좀 심하게 했는데 피가 났거든. 긴가 민가 했는데 그때 처녀막이 파열된거야. 어차피 처녀막은 일회용이고 이렇게 인터코스에 정액까지 받아 들였으니 나도 이제 제대로 여자의 경험을 해본 셈이네. 영도씨, 고마워요."
그녀는 방긋 웃으며 나를 끼어 안았는데 안경속의 눈동자가 조금 글성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가 눈을 질끈 감는데도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고맙기는 ...... 자, 다른 누부야들도 기다리는데 빨리 가자."
괜히 쑥스러워 나는 옷 입는 것을 서둘렀다.
"영도씨 먼저 갈래? ...... 나는 아직도 혼란스럽고 좀 착잡해. 감정을 좀 정리하고 갈테니까 ...... "
함께 가는 것보다 그게 덜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그 방을 나올 때 나도 좀 혼란스러운 감정에서 해방된 기분이었다.
* 또 너무 오랫만이라 죄송하다는 말부터 해야겠군요.
요즘 sora에 접속은 잘 되는데 갑자기 글을 쓰는 환경이 좀 나빠졌고 천성적인 게으름 때문에도 진척이 영 잘 안 되는군요. 어떤 날은 이어 쓰려다 손대 못대고 다시 꺼버리거나 한두줄 끄적거리다 중단한 적도 많았답니다.
저도 될 수 있으면 이렇게 너무 질퍽거린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읽는 분들이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다면 속도가 조금 빨라질지도 모르겠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영숙이 누나가 집에 돌아왔다. 제재소에서 일하는 누나를 불러 내 황달자와 제과점에서 만난지 이틀 후다.
"웬 일이고?"
점심 때가 다 되어 불쑥 들어서는 누나를 보고 엄마가 다급하게 물었다. 남의 집살이를 하다 집에 왔건만, 휴일도 아닌 날에 갑자기 나타난 딸이 우선 걱정스런 것이다.
"응, 하루 좀 다 갈라고 ...... "
"와? ...... 무슨 일이 있나?"
"아니, 그저 몸도 좀 피로하고 ...... "
"어디 아프나?""
"별거 아이다. 하루쯤 푹 잠을 자마 괘않을끼다."
"요전에 왔을 때는 괘않더니 와, 고뿔이나 몸살이라도 났나? ...... 열은 없는데 ...... ?"
엄마는 누나의 이마까지 짚어 보면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부산을 떤다.
"괘않다카이 ...... 하루쯤 쉬마 된다. 우선 밥이나 묵자. 배 고프다."
누나의 애매한 말에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밥상을 차리려 부엌으로 나갔다.
안방에는 영미 누나가 있었고, 건너방에 있었던 영자 누나와 나도 누나가 오는 기척에 모두 안방에 모였다.
"니, 무슨 일이 있나?"
영자 누나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별거 아이다. 그저 하루 좀 집에서 쉴라 카는데 와 모두 이래 수선을 피노?"
영숙이 누나의 말에 영자 누나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다섯명이 둘러 앉아 점심을 다 먹을 때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영숙이 누나는 나에게 말을 걸기는커녕 눈길도 한번 주지 않앗다.
사실 가족중에 영숙이 누나의 돌연한 등장에 가장 궁금한 것은 나였을 것이다.
오직 나만이 누나가 제재소 사장 및 그 아들과 빠구리를 한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달자까지 끌어들여 해결책을 찾으려 했는데 누나는 이렇게 불쑥 나타나 애매한 말만 하면서 딴청을 피우고 있다.
궁금증을 넘어 나는 불안하고 겁이 나기까지 했다. 괜히 내가 누나의 일에 끼어들어 무엇인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나 때문에 누나가 그 집에서 쫓겨나고 결국 학업도 계속할 수 없게 된 것은 아닐까, ......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지만 얼음장 같은 누나에게서 전혀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영숙이 누나는 계속 나에게 냉랭한 채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잠도 안방에서 엄마와 잤다.
이튿날, 나는 점자를 배우려 영자 누나를 박금순네 집에 데려다 주기로 약속한 날이다.
엄마와 영숙이 누나의 말을 들으니 누나도 아침을 먹고는 바로 웁내로 돌아간다고 했다.
"내도 오늘 큰 누부야캉 내리에 갈 일이 있는데 누부야하고 같이 갈까?"
한참을 망서리다 나는 영숙이 누나가 집에 온 뒤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집밖에서 함께 걷기라도 하면 무언가 누나의 속내를 알 수 있는 말이라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누나는 내 바램을 여전히 냉랭하게 잘라 버렸다.
"니는 걸어갈꺼 아이가? 내는 버스 타고 바로 읍내로 갈끼다."
영숙이 누나는 아침을 먹자 바로 읍내의 직장으로 돌아갔다. 영자 누나는 "숙제를 제대로 했나 한번 더 검사해 봐야겠다." 며 10장도 넘는 점자들을 다시 일일히 읽는 바람에 꽤 시간이 지체되었다.
누나는 아버지가 사 준 토끼털이 달린 겨울 코트를 입고 꽤 흐믓해 했다. 나도 역시 아버지의 선물인 새 점퍼를 입고 보니 우리는 오랫만에 별로 가난한 티가 나지 않는 남매처럼 생각되어 좀 우쭐했다.
박금순네 집을 향해 가면서 영자 누나는 자주 말을 걸어 왔지만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계속 영숙이 누나가 마음에 걸렸다.
우리가 빠구리 한 것에 대해 영숙이 누나는 크게 후회하고 있으며, 지난번 집을 떠날 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 고 나한테 다짐했었다. 그 표정이나 언행으로 보아 누나는 크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나는 또 들쭝나게 황달자에게 영숙이 누나의 창피한 사정을 그대로 털어 놓아 누나를 더욱 곤란하게 했다. 내가 달자와 같이 왔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던 누나의 표정, 달자와 이야기 하면서 눈물을 훔치던 장면, 나와 헤어질 때 인사는 커녕 눈길도 주지 않아 누나가 나를 얼마나 미워하고 원망하는가를 알만 했다.
그런데 일해야 하는 날에 불쑥 집으로 돌아왔으니 그 이유가 궁금한데 속 시원한 설명이 없어 더욱 답답했다. 혹 나 때문에 누나가 제재소에서 쫓겨난 것은 아닌가. 그럼 학교도 못 다니게 될텐데 ...... 이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나 내리, 바로 박금순네 동네로 접어 들면서 영숙이 누나에 대한 근심보다는 금순을 만난다는 기대에 사로잡혔다.
박금순, --- 가까워 질수록 더욱 새롭고 신비함이 느껴지는 여인이다.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장님이면서도 세련되고 우아한 미인으로만 알았다. 그런데 빠구리를 했을 때 그녀는 숫처녀였고 하지만 보지는 동생 금지처럼 유난히 자지를 물어 주는 것이다. 체격이 큰 것처럼 젖통은 금지보다 훨씬 풍만한데 연분홍빛 젖꼭지는 금지처럼 평시에도 연필의 지우개처럼 봉긋 솟아 있다.
처음과 두번 째 빠구리를 할 때 그녀는 갓 목욕한 몸으로 나를 받아 주었다. 머릿결뿐 아니라 온 몸이 아직 물끼를 머금고 있는 듯 한데 그녀의 몸에서는 항상 향기가 난다.
때로는 찡그리고 수줍어 하면서 빠구리 자체에 겁을 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몸속에는 또 넘칠듯한 욕구도 깃들어 있다. 하지만 나에게 처음 빠구리를 알게 해준 서울띠기나 다른 여인들처럼 그렇게 열광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 자신도 그런 점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나에게 "오르가즘을 느껴보고 싶다." 는 말까지 했다. 나도 오르가즘으로 환희에 가득 차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다.
"오늘도 선생님이 또 자고 가라 카마 우째야 되노?"
영자 누나가 말을 걸어 왔다.
"와? ...... 누부야는 그 집에서 자는기 불편하나?"
"아이다. 선생님하고 이야기 하는기 너무 좋다. 세상 일들도 많이 알게 되고 ...... 선생님은 책도 많이 읽으셨고 아는 것도 참 많더라. 하지만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 "
"금순이 누나도 누부야캉 같이 있는게 좋다 안카더나? 서로 좋으마 됐지, 뭐."
"하여튼 내가 동생 잘 둬가 참말로 꿈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누나가 내 손을 더 세게 쥐었다. 나도 흐뭇함과 함께 누나에게 잘 해주는 금순이 새삼 고마웠다.
그럴수록 더욱 그녀와 빠구리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솟아 오른다. 영자 누나의 말처럼 지금 내가 금순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빠구리뿐이다. 나의 욕구 해소뿐 아니라 그녀가 정말 뽕 가도록 정성과 실력을 발휘해 봐야겠다고 새삼 마음을 다졌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일까. 나는 오늘도 허탕을 쳤다.
금순네 집에 금지는 없었으나 창호라는 그녀의 남동생도 함께 있었다. 창호는 22살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군에 입대해 마침 휴가를 나온 것이라는데 군복이 아니라 그저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금순은 영자 누나와 나에게 자기 남동생을 소개시켜 주었다.
분위기로 보아 도저히 이 집에서 금순이와 빠구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누나를 인계했으니 곧 그 집을 나오려 했다.
그러나 금순이 남매가 붙잡아 결국 네명이 소파에 둘러 앉아 차와 과자를 먹으며 잡담을 나누는데 덤덤히 끼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빌려준 책을 벌써 가져오게, 다 읽은 모양이지."
누나는 지난번 금순네 집에서 <헬렌 켈러전>과 <안델센 동화집>을 빌려 갔었다.
"예. 두가지 다 너무 좋았어예."
"어떤 점이 좋았는데 ...... ?"
"그기, 저 ...... "
금순의 질문에 누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헬렌 켈러 이야기는 그 전에 라디오로도 듣고 감명을 많이 받았심더. 그런데 내가 글자를 직접 읽어가면서 내용을 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더욱 감동이 컸어예. 특히 ...... "
누나는 또 머뭇거리며 얼굴을 붉히고 나서 말을 이었다.
"라디오로 들을 때는 듣도 보도 몬하는 헬렌 켈러가 일류 대학까지 들어간기 정말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책으로 차근차근 읽다보이 앤 설리반이라는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됐심더. 설리반 선생님이 없었으마 헬렌 켈러도 없었겠죠? 내한테는 선생님도 그리 느껴 집니더. 헬렌 켈러가 "내가 사물을 볼 수 있다면 제일 먼저 설리반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는데 내도 그리 된다마 선생님 얼굴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심더. 선생님은 정말 아름다운 얼굴이죠?"
"아이, 영자가 또 사람 민망하게 하네."
그 두 여인은 모르겠지만 금순이도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미스 문이 잘못 생각했어요. 우리 누나는 볼품 없어. 미스 문이 훨씬 더 아름다워요."
창호가 옆에서 말 참견을 했다. 영숙이 누나를 제재소 반대머리 사장이 "미스 문"이라고 불렀는데 여기서도 금순이 남동생이 영자 누나를 "미스 문"이라고 했다. 그런 호칭이 내게는 좀 생소하게 들렸다. 금촌리에서는 누구도 누나들을 그렇게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얘는 ...... ? 영자가 예쁘다고 하면 되지, 왜 나를 끌어들여 창피를 주니?"
금순이가 동생을 살짝 꼬집으며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누나가 앤 설리반이라면 미스 문이 바로 헬렌 켈러네. 당연히 주인공이 더 예뻐야지."
"아이, 그런기 아이라예."
누나도 얼굴을 붉혔지만 모두 미소를 띄운 채 분위기는 한껏 좋았다.
"<안델센 동화집> 도 너무 좋았심더. 그런 동화를 처음 읽어봐서 너무나 가슴이 저리고 감동적이라예."
분위기에 휩쓸린 것인지 이제 누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 미스 문은 동화라는 것을 처음 알았나요?"
창호가 누나에게 관심이 쏠렸는지 다시 끼어 들었다.
"아이라예. 라디오에서 <신데렐라> 나 <백설공주>, 또 <흥부 놀부> 나 <도깨비 감투> 같은 것들도 더러 들어 봤지예. ...... 그런데 안델센 동화들은 그 내용이 그 전에 알던 것과 많이 다르데요."
"어떤 점이 ...... ?"
창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다른 동화들은 거의 ...... "그래서 주인공은 잘 먹고 잘 살았다." 라는 식으로 끝나잖아예. 그래서 읽는 어린애들에게도 행복과 희망을 심어 주겠죠. 그런데 안델센의 <인어공주> 나 <성냥팔이 소녀> 같은 것은 한 없이 슬프고 불쌍한 이야기들이라예. 그래서 읽는 내도 슬프고 안스러운데 그기 읽고 나서는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보다 더 길고 진한 감동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니 내가 좀 이상한긴가예?"
"이상하긴 ...... 영자가 원래 감정이 풍부해서 그래. 또 슬픈 이야기나 비극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특징도 있는 것 같아. 내가 요즘도 가끔 되새기는 영화, ...... 물론 비극으로 끝나고, 내가 볼 수는 없어도 귀로 들으면서 분위기를 느낀거지만 <전원 교향곡>이라는 영화가 참 감동적이었어."
"<전원 교향곡> ...... ? ...... 그건 베토벤 심포니 6번 아입니꺼?"
누나가 물었다.
"맞아. 그런데 그 영화는 그 제목을 땄지만 내용은 앙드레 지드라는 소설가가 쓴 작품을 영화로 만든거야."
금순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맹아학교 점자교사일 때 보았던 영화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했다.
시골 마을의 목사가 오갈데 없는 맹인소녀 젤트류트를 맡아 보살피게 되면서 차츰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의 아들 역시 젤트류트를 사랑하게 된다. 예기치 못했던 이상한 삼각관계 속에서 그녀는 개안 수술을 해서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때문에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그녀가 감사하고 존경하면서 환상으로 흠모해 왔던 목사는 늙어서 추하게 까지 보였으며 그렇다고 젊고 잘 생긴 그의 아들과 새롭게 사랑을 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그녀 때문에 부자간에도 미묘한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광명 속에서 오히려 더 큰 혼란과 좌절을 느낀 그녀는 결국 호수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만다는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미스 문은 음악도 많이 아는 모양이네요?"
금순의 이야기가 끝나자 창호가 또 누나에게 물었다.
"아이라예. 그저 라디오로 가끔 들으본 것 뿐이라예."
누나가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대답했다.
"아니야. 영자는 천부적으로 음악에 대한 감각을 타고 난 것 같아. 같이 노래를 불러 보거나 다른 음악을 들어봐도 영자의 절대음감이나 음악에 대한 이해는 내가 놀랄 지경이야. 영자가 일찍부터 교육과 접할 수 있었다면 정말 여러가지로 타고 난 재주를 더 꽃 피울 수도 있었을텐데 ..... "
나는 지난날 영자누나가 마마에 걸리기 전 동네의 재롱둥이로 소문날만큼 귀여움을 받았었다는 할아버지의 회한 섞인 말이 다시 생각났다.
"나도 대학 1학년 때 본 <미완성 교향곡> 이 음악과 관련돼 있으면서 참 감명깊게 본 것 중 하나예요."
창호가 또 하나의 영화를 소개했다.
낭만파의 대표적 작곡가인 슈베르트는 젊은 시절 가난한 음악가였다. 마침 귀족의 파티에서 연주를 할 기회가 왔는데 그는 연미복조차 없었다. 할 수 없이 전당포에서 하나를 빌려 입고 자작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데 갑자기 여인의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의 연미복에 붙어 있는 전당표를 보고 집주인의 딸이 웃어제낀 것이다.
대부분 가난한 예술가들이 그렇듯 그도 자존심만은 팽배해 있어 악보를 찢으며 연주를 중단,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그런데 그 사건을 계기로 슈베르트는 귀족의 딸과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며 그를 떠나 버린다. 사랑과 상심을 동시에 겪게 된 그는 그 반작용처럼 더욱 창작에 몰두한다. 특히 그날 그녀의 집에서 연주했던 악상을 더듬어 심포니로 악보에 옮긴다. 그러나 그녀가 웃음을 터뜨린 대목에 오면 악상이 끊겨 더 이상 나갈 수가 없었다.
그 무렵 친구의 편지로 결혼한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그 편지를 들고 갈대가 춤추는 들판에서 다시 그녀를 추억한다. 그 배경에는 그가 심혈을 기울인 심포니가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게 자신에게 선언한다.
"앞으로도 이 곡은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을 것이다."
금순과 누나는 귀로 듣는 그 이야기만으로도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목이 <미완성 교향곡> 이라고 ...... ? ...... 정말 재미 있겠는데 ...... 우리 읍내에서도 상영했었나?"
금순이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나야 여기 안 있었으니 모르지. 하지만 누나가 관심 있다면 이곳은 누나가 알아보고 서울에서 재개봉할 때는 내가 누나를 모셔서 감상하도록 할께."
"그래? 정말 한번 보고 싶다. 부탁해."
창호의 말에 금순이가 곧 화답했다.
보고 싶은 영화 하나 때문에 서울 나들이를 한다는 그들의 처지가 나한테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 같았다.
또 그들의 나누는 말들 중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많았지만 어떻든 누나가 화제의 중심이 되며 모두 관심을 보여주는 것에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결국 나를 실망시킨 것은 오늘도 금순이와 빠구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문학과 음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 사이에 내가 끼어들 수 있는 것도 없는데다 그 틈새에서 내가 금순에게 따로 접근할 여지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누나는 이틀밤을 금순네에서 보내기로 해 나는 사흘 후에 데리러 오기로 했다.
그 집에서 점심까지 얻어 먹고 나왔지만 좋은 음식에 배가 그득한 것과 달리 마음은 허전했다.
나는 다시 율곡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며칠 전 허탕을 쳤지만 다시 김춘자, 강복순과 만나고 싶었다.
춘자네 집 푸른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인기척 때문에 방문을 열고 나온 것은 그녀의 남동생 명수였다. 나를 보자 대뜸 인상을 쓰는 표정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어떤 표현을 하는 것이라기보다 나를 보자 기분이 나빠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는 나를 힐끗 보고는 다시 안방문을 열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누부야, 니 꼬맹이 친구 왔다."
그래도 좀 기분이 풀어지는 것은 춘자가 나를 반갑게 맞아준 것이다.
"영도 왔나!"
그녀는 나를 보자 방문 앞에서부터 활짝 웃으며 대청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 다음의 행동은 나를 집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었다.
"우리, 저쨔로 가자."
춘자는 내 손을 잡아 이끌며 대문을 나섰다.
"오늘은 동네 아지매들까지 몰려 와 고스톱을 치고, 국시 말아 묵고, 우리집이 완전히 운동회 하는 날이다. 어디, 복순네 집으로 가보자."
강복순네 집은 그녀의 집에서 고작 백미터 쯤 떨어진 거리였다. 김춘자와 강복순이 왜 항상 같이 다니는가를 알 것 같았다.다만 복순의 집은 스레트 지붕을 했지만 싸릿문이 달린, 지난 날은 초가 삼간이라고 할만큼 적은 집이었다.
"아부지, 저 왔심더."
"아, 춘자가!"
좁은 마당에서 장작을 패는 남자를 보고 춘자가 인사를 하자 곧 그 남자도 알은 체를 했다. 한겨울인데도 팔뚝을 걷고 얼굴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빙긋 웃음이 나왔다. 구렛나루나 걷어 올린 팔뚝이 온통 털 두성이였다.
서 있어도 겨드랑 털이 삐져 나오고 똥꾸멍까지 이어져 온통 시커멓게 털이 몰려 있는 강복순이 바로 제 아버지를 닮아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나영이가! ...... 니 언제 왔노? ...... 오랫만이네."
건너방의 문을 열며 춘자가 말했다. 복순의 방일텐데 또 다른 누가 있는 모양이다.
"응, 방학 후에도 할 일이 있어서 서울에 머물다가 ...... 집에 온거는 사흘 전이야."
오가는 말로 보아 친구사이 같은데 서울 말투였다.
"아, 춘자 왔나!"
이어서 이 방의 주인인 복순의 소리도 들렸다.
"그래, 영도도 같이 왔다."
"엄마야! 영도가 우리 집에 ...... "
그제서야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나며 복순이 얼굴을 내밀고 나에게 웃어 보였다.
"어서 올라 온나."
춘자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자 아까 춘자가 나영이라고 불렀던 여학생을 볼 수 있었다. 우선 피부가 하얗고 단발머리에 안경을 끼고 있는데다 서울말씨를 쓰는 터라 웁내의 여고생인 춘자나 복순이와는 다른 이색적인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색적인 객을 보며 나는 낙담부터 했다. 금순네 집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오늘의 빠구리 기대는 날이 샌 것이다.
"요 앙큼한 가시나 ...... !"
방에 들어선 춘자가 복순에게 쏘아 부쳤다. 억양으로 보아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놀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복순이 좀 당황하는 표정으로 얼굴마저 붉히는 것을 보니 뭔가 꿀리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아, ...... 나영이한테 내가 신세 좀 졌다. 우리 학교 수학 선생이 실력이 없는 긴지 의사소통이 안되는 긴지 늘 미적분이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드이 나영이한테 쪼매 배웠는데도 벌써 물리가 터진 것 같은기라."
"오야, 이 얌체 가시나야. 미적분은 내도 깜깜인데 그래, 니 혼자 도둑 공부해가 잘 묵고 잘 살아라."
방안에는 밥상에 교과서와 노트, 문제집 같은 것이 널려 있었다. 상황을 보니 복순이가 나영이에게 수학을 배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둘이 "7공주파" 이기 때문인지 하는 말들이 요상하기까지 하다. 지난번 황달자네 집에서 떼씹을 할 때도 문경미가 빠구리 경험이 없다고 털어 놓자 "배신자" 라며 닥달을 하더니, 여고생이 공부를 한다고 앙큼하다거나 얌체라고 들이대는 것이다.
"참, 귀한 손님들 왔는데 뭐라도 좀 챙기올께."
복순이 방을 나가자 춘자와 나영이 몇마디 서로 안부 인사 같은 것을 나누었다. 오가는 말로 보아 둘은 친구 사인데 나영은 서울말씨에 도시물을 먹은 티가 나서 시골처녀인 춘자와 대조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잠시 후 나영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군것질거리를 갖고 방으로 들어 오려는 복순이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갸가 갸가?"
"맞다."
둘은 나지막히 말해 방 안쪽에 있는 춘자에게는 안 들렸겠지만 문쪽에 앉은 나는 그 말을 얻어 들을 수 있었다. 아마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은데 빙긋 웃음이 나왔다. 서울말을 쓰는 그녀에게서 처음 사투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뒷날 전라도 사투리를 좀 알게 되었을 때 "거시기" 라는 말의 함축된 의미와 다양한 구사에 놀라며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있다.
"갸가 갸가?" 라는 말도 경상도 사투리의 묘미중 하나다. 굳이 설명하자면 "저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냐?" 라는 정도의 뜻이겠지만 단 네글자로 표현할 수 있고 아마 그 때문에 나영도 서울말 대신 사투리를 썼을 것이다.
복순이가 식혜와 강정 몇개를 가져와 하나씩 집어들고 먹는 중 복순이 나와 나영을 서로 소개시켜 주었다.
"야는 영도라고 바로 문경미 동생이다. 쟈는 우리 중학교 동창인데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다닌다."
"아, 그러세요? 저는 최나영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저 눈인사만 하려던 나는 깜짝 놀랐다. 춘자도 좀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처음에는 그녀가 나를 놀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에게 장난끼는 전혀 없었다. 춘자나 복순과 동창이라면 경미와도 마찬가지인데 경미 동생이라는 나에게 너무 진지하고 공손하게 하는 말에 오히려 나는 당황해서 얼굴만 붉히며 아무 대꾸를 못했다.
식혜와 강정을 먹는 동안 세 여고생은 계속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나영의 서울 생활과 이곳에 남은 친구들의 이야기들로 나는 흥미도 없을 뿐더러 끼어들 여지도 없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따분하고 어색했다. 그래서 집에 갈 생각으로 엉덩이를 들썩이는데 나영이가 말했다.
"자, 모처럼 이렇게 모였는데 이제 모두 우리 집으로 갈까?"
"뭐라꼬 ...... ?"
춘자가 놀란 표정으로 묻는데 엉거주춤 서 있던 나도 놀f다. 나영의 말투로 보면 나도 그녀 친구들과 함께 자기 집으로 초대하는 셈인데 그런 제안 자체가 엉뚱하게 들리는 것이다. 춘자나 복순이도 마찬가지 기분이었던 모양이다. 아무도 응답을 않고 잠시 침묵이 흐르던 중 머리를 갸우뚱하던 춘자가 일어나면서 말했다.
"복순아, 잠깐 내 좀 보자."
춘자가 복순이를 끌고 나가 나영이와 단 둘이 남게 되자 나영이는 외면한 채 입도 다물고 있다. 나는 더욱 자리가 불편했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오줌도 마려운 것 같았다. 마당으로 내려와 변소를 찾아 두리번대는데 부엌 뒤쪽에서 두런거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 ...... 아주 동네 방네 나발을 불고 다니라, 가시나야! 그기 무슨 자랑꺼리라고 우리 클럽도 아닌 아한테 까발기노?"
좀 화가 난듯한 춘자의 목소리였다.
"내사 이래 맞닥뜨릴 줄 알았나?"
이어서 복순이의 좀 풀죽은 소리가 들렸다.
"중학교 3년동안 나영이하고는 내내 단짝이었다. 그래가 지나 내나 온갖 경험이나 마음속을 다 털어 놓는 사이라 양조장 일도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한 것 뿐이다. 니가 영도를 우리 집에 안 데려왔으마 그저 얘깃거리로만 지나갔을 거 아이가?"
복순이는 나를 내세워 이제 춘자에게 반격을 가하는 모양이다.
두 여인의 말을 훔쳐 듣던 나도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았다.
복순이는 나와, ...... 어쩌면 "7공주파"의 다른 여고생들과 어울려 빠구리한 것을 나영에게 이야기 했다. "갸가 갸가?" 라면서 나를 확인하고 나서 진지하고 공손하게 나한테 인사한 것도 그것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춘자는 복순이를 닥달했다. 우리가 떼씹을 했을지언정 여고생인 그녀들이 남한테까지 떠들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러자 복순이는 춘자가 나를 자기 집으로 데려왔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그래서 ...... 저 가시나도 영도하고 하겠다는기가?"
"내도 모른다. 즈그 집 같이 가자 카는 말도 갑자기 나온기라 ...... 어쨌든 쟈도 있는데 우리 집에서 판을 벌릴 수는 없는거 아이가?"
나는 그 자리에 더 머물지 못하고 오줌도 누지 못한 채 방으로 돌아왔다. 잠시 뒤 방에 들어 온 춘자와 복순이가 어떻게 타협을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어떻든 우리 네명은 모두 최나영의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우리를 앞장 서 인도하던 나영이 큰 대문 앞에서 멈추었을 때 나는 아, 최군수 집! 하고 기억을 되살렸다.
한 20간 쯤은 되어 보이는 이 큰 기와집은 어른들의 말을 줏어 듣고, 이 앞을 지날 때면 한번씩은 돌아보게 하던 집이었다.
이 집 주인은 최달호로 율곡리에서 출세한 사람중의 하나였다. 그는 우리 군의 군수를 지냈고, 다시 서울에서 꽤 높은 자리까지 공직생활을 하나 정년 퇴임했으며 4.19가 일어난 후 참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차점으로 낙선했다는 사연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후 최달호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떻든 집이 큰데다 모두 "최군수 집" 이라고 불러 나도 이곳을 지나치게 되면 그런 연상을 하게 되는 집이었다.
최군수가 또하나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는 것은 자식들이 모두 공부를 뛰어나게 잘한다는 점이다. 아들, 딸들이 모두 반에서나 전교에서나 1등을 할만큼 공부를 잘했고, 읍내에서 중학교만 마치고 모두 서울에서도 일류 고등학교와 일류 대학교를 다닌다는 것으로도 소문이 나 있었다. 나영은 그 최군수의 막내딸로 역시 서울에서 일류 여고를 다닌다는 것을 뒤에 알았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원은 잘 손질되어 있었으나 인기척은 없었다. 나영은 우리를 곧바로 별채 쪽으로 안내했다.
"내 방은 좀 추울거야. 오빠 방에는 난로도 있으니 그리 갈까?"
그녀의 오빠 방에 들어섰을 때 내 눈에 먼저 뜨이는 것은 난로보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해골이었다. 뒤쪽을 보았을 때는 무슨 도자기인줄 알았는데 춘자가 손을 대다 비명을 질러서 앞에서 봤더니 그림에서 봤던, 눈과 코 자리가 뻥 뚤리고 이빨 몇개가 빠진 채 모두 드러나 있는 해골 바가지였다.
더욱 기괴한 것은 벽에 걸려 있는 두폭의 그림이었다. 송윤초의 안방에서 본 족자처럼 길게 늘어진 그 곳에는 각각 사람의 전신상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하나는 다시 몸을 세로로 갈라 한쪽은 해골에 이어서 갈비뼈와 엉치뼈, 대퇴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뼈다귀만 그려져 있고, 다른 반쪽은 소고기 덩이처럼 붉은 몸에 온통 근육과 신경만 그려져 있었다. 또 한장은 몸속을 드러내 허파와 심장, 간과 밥통, 창자등 몸속의 장기들만 나와 있었다. 도자기나 그림이 집안을 장식하는 것이라면 이방 주인의 취미는 정말 기괴한 것 같다.
나영이 석유난로를 피우자 방안은 금방 훈기가 돌았다. 춘자와 복순이도 방을 둘러 보며 기괴한 풍경에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나 판단은 달랐다.
"아, 이 방이 의사 한다는 느그 오빠 방이가?"
중학교 때 단짝이라던 복순이도 이 방은 처음 와보는 모양이었다.
"의사는 무슨 ...... 아직 본과 3학년인데 ...... 의과대학을 졸업하고도 전문의라고 간판을 걸려면 또 인턴, 레지던트라는 코스를 밟아 모두 한 10년은 공부를 계속해야 해. 큰 오빠 공부하는 것 보니 너무 힘들어서 나는 절대로 의사 같은 것은 안하겠다고 작정했어."
그러고보니 방안의 기괴한 장식물들은 취미가 아니라 학습교재였던 셈이다.
해골이나 인체 해부도 같은 것 말고도 책장에는 영어나 한문으로 된 두꺼운 책들이 뻑뻑하게 쌓여 있었다.
"오빠는 어디 갔노?"
춘자가 묻는데 나도 해골바가지나 내장기관을 공부하는 이 방 주인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미국에 갔어. 방학중에 삼촌댁에 들렸다가 한 열흘쯤은 무전여행을 하겠다나 ...... "
아까 박금순이 보고 싶은 영화 때문에 서울나들이를 한다는 말이 부러웠는데 나영이 오빠는 방학이라고 미국여행까지 하고 있다. 모두 나와는 다를 별세계에서 사는 사람 같기도 했다.
"양놈들도 무전여행을 봐주나?"
"글쎄 ...... 나도 미국은 안 가봐서 모르겠는데 ...... "
무전여행이란 당시 남자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에게 꽤 성행하던 모험이었다. 그저 배낭 하나 짊어지고 무전여행중이라고 하면 기차나 버스를 공짜로 태워 주기도 하고 일반인들도 거의 밥도 먹여 주고 더러 용돈을 쥐어주기도 한다고 했다. 요즘의 배낭여행과 비슷하다 싶지만 훨씬 인심이 좋던 시절의 이야기다.
"나영아, 우리 이야기 좀 하자."
좀 굳은 표정이 된 춘자의 말에 나영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춘자는 나에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영도, 니는 잠깐 자리 좀 피해 줄래?"
"아, 나는 변소에 갈끼다."
"화장실은 마루 왼쪽을 돌아가면 바로 있어요."
괜히 무안해서 일어서는데 나영이 가르켜 주었다.
당시 우리가 변소를 뒷간이라고도 부른 것은 집안에서 방이나 부엌과는 될 수 있는대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꼽추 할매를 비롯해 황달자네나 박금순네 처럼 잘 사는 집들은 화장실이라며 변소가 다 실내의 방 옆에 붙어 있었다. 나는 그것도 부러웠다.
오줌을 누고 나오면서 나는 문득, 어쩌면 오늘 이 세 여고생과 모두 빠구리를 하게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방안에서는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 나는 방문을 열지 않고 잠시 귀를 귀울였다.
" ...... 그래도 이 집에서는 좀 위험하잖나? 혹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마 ...... "
"괜찮아. 아버지는 지금 안 계시고 우리 가족은 내가 친구들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 이 방에 블쑥 들어오지는 않아. 또 방문을 잠그면 되니까."
춘자가 무언가 티를 잡으려 하는데 나영은 무마하려 한다.
"그런데 니는 아직 경험이 없다며 ...... ? 우리사 이미 버린 몸이라 캐도 니를 끌어들인다는기 영 찝찝타."
"그게 ...... 나도 2헉년이 될 때까지도 그런 점에 관심도 욕구도 없었어. 그런데 여름 방학 때 우연히 자위를 배우고 난 후부터 스스로 조절을 할 수 없게 자꾸 그쪽으로 빠져 드는거야. 결혼을 할 때까지는 물론, 여고를 졸업할 때까지도, ...... 순결을 지킬 자신이 없어졌어. 그런데 복순이하고 서로 속을 털어 놓다가 그 소년 이야기를 듣고 나도 꼭 한번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 그 다음에 나도 섹스에 탐닉을 하게 될지, 다시 공부에 열중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경험을 해봐야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되었지만 춘자, 너도 나를 좀 이해해 주렴."
"니가 그리까지 말하이 내도 더 할 말이 없네. 하지만 영도가 해줄지, 싫다 칼지는 내도 모르겠다."
"갸가 와 안 하겠노? 빠구리 도산데 ...... 양조장에서나 숙자네 집에서도 네명캉 했던 아 아이가."
춘자가 마지막 태클을 걸려 하는데 복순이 나영의 편을 들어 주었다.
"내가 솔직하게 그 소년한테 부탁을 해 볼께. 싫다고 하면 물론 어쩔 수 없지만 ...... "
엿듣는 중에 자지가 스멀거렸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시침을 떼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뜸을 들이다 복순이가 입을 열었다.
"영도야, 이래 어렵게 오랫만에 만났는데 우리도 회포를 한번 풀어야제? ..... 그런데 우리 친구 나영이도 좀 끼워주마 ...... "
복순이 말하는 중 안경을 낀 단발머리의 나영이 나를 힐끗 한번 보고는 고개를 숙이는데 금방 볼에 발간 티가 났다.
"그기사 뭐 ...... "
나도 괜히 얼굴이 붉어지며 얼버무렸다.
나영의 피부는 얼굴처럼 희고 매끄러워 보였다.
그 맨살이 조금씩 드러날 때마다 아까부터 탱탱해 있던 자지는 바지 속에서 벌떡거렸다. 그녀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나영은 아직 숫처녀인 모양이다. 문경미나 박금순처럼 그녀에게도 내가 첫남자가 되는 셈이다. 그것이 나를 더욱 흥분케 했다.
내가 승낙한 셈이 되자 세 여고생은 순서를 놓고 잠시 말이 오갔다. 복순이는 "집주인인 나영이가 먼저 해라." 라고 했고, 나영
은 "애초에 너희들이 아는 사이니까 너희들이 먼저 해야지." 라며 서로 양보를 했다.
이상한 것은 그 와중에 아무도 내 의사는 묻지 않는 것이다. 며칠 전 황달자네 집에서 그녀와, 또 올케와 어울리던 생각이 났다. 그 날도 두여인은 나를 제쳐두고 순서나 방법들을 자기들 마음대로 정했던 것이다. 하기야 그렇다고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어차피 내가 자지를 꼽아야 본격적인 빠구리가 되는 것이고 나는 이들 세명과 결국은 모두 빠구리를 하게 될테니까.
"그럼 우선 내 방에 손을 봐야 해. 좀 추울테니까."
나영이 방을 나가자 춘자와 복순이가 나를 놀려 댔다.
"영도, 오늘 호강하네. 또 아다 하나 따묵는거 아이가."
"그래도 너무 힘 빼지 마라. 우리도 좀 나눠 무야지."
다시 돌아 온 나영에게 이끌려 춘자와 복순이는 그녀의 오빠 방에 놔둔 채 그녀의 방에 들어섰다.
문경미나 박금순의 방처럼 깔끔하고도 야릇한 향기 같은 것이 배어 있는 것 같았다. 또 같은 여고 2년생인데 문경미나 황달자보다 방안에 책이 훨씬 많았다.
"영도씨, 잘 부탁드립니다. 우선 옷은 벗어야겠죠?"
엉거주춤 서 있는 내 앞에서 그녀는 살짝 웃어보이며 말하고는 윗옷 단추를 끌렀다. 대범한 듯 보이려 하지만 얼굴은 더욱 붉게 물들고 손끝이 조금 떨리는 것이 보였다. 방에는 전기 난로가 켜 있었고 잠시 후 우리가 함께 들어간 그녀의 침대도 온돌방의 아랫목처럼 따뜻했다.
"누부야, 그 말 좀 낮추 ...... "
좀 머뭇거리다 " ...... 소." 라고 말을 끝맺고, "다른 누부야들은 다 반말을 하는데 ...... " 하고 덧붙였다.
"그래도 오늘 처음 본 사이고, ...... 또 이렇게 서로 ...... "
그녀는 얼굴을 더욱 붉히며 머뭇거렸다.
아까 엿들었을 때는 나를 "소년" 이라고 부르더니, 빠구리를 할 상대라는 점에서 내가 좀 어렵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이 더 거북하지 ...... " ...... 나는 또 머뭇거리다 " ...... 예." 라고 말끝을 맺었다.
"하기야 그게 서로 편하기는 하겠지만 ...... 그런데 영도씨도 벗어야 되잖아?"
비스듬히 서서 브래지어를 따며 그녀는 내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문경미나 영자 누나의 것처럼 그리 크지는 않지만 밥공기를 엎어 놓은 것 같은 젖통의 옆모습이 드러났다. 그녀는 완전히 뒤로 돌아서 팬티까지 벗고 침대로 올라가 담요로 몸을 가렸다.
나도 재빨리 옷을 벗었다. 그녀처럼 몸을 돌리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 선 채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벗어 내렸다. 혼자 꿈틀거리기도 했던 자지가 끝이 휘어진 채 스프링처럼 튀어 나왔다.
"어머나!"
그녀는 두손으로 안경 낀 눈을 가리더니 금방 손을 떼고 놀란 표정이다. 나는 조금은 우쭐한 기분으로 벌떡 선 자지를 앞세우고 침대로 들어가 그녀 옆에 몸을 뉘었다.
"잠깐만 ...... "
그녀는 일어나 앉더니 담요를 들추었다. 그리고는 손을 펴서 자지의 길이를 재 보는 것 같다.
"복순이한테 이야기는 들었지만 책에서 본 것보다 페니스가 훨씬 크네. 내 한 뼘도 더 되네요. 발기를 안 했을 때는 크기가 어때?"
"발기 ...... ?"
그때 나는 그 말을 못알아 들었다.
"그러니까 그냥, ...... 흥분하지 않았을 보통 때는 길이가 얼마나 돼?"
"그기사 ...... "
둘 다 알몸이 되었고 한껏 성난 자지가 보지를 박아야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런 질문이 나온 것에 나는 좀 곤혹스러웠다.
"끝나고 나마 줄어드이 그때 보마 되지."
"귀두도 작아 지겠지? ...... 해면체로 구성되었다는 것이 어쩜 이렇게 딱딱하지? 여기에도 경골이나 근육이 따로 있는걸까?"
그녀는 자지 대가리를 찔러 보고 손가락을 모아 조물거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슬슬 짜증이 나려 했다.
아까 세 여고생들의 오가는 말을 들으니 나영이는 공부를 무척 잘 하는데 의대생인 오빠의 힘든 과정을 보고는 "나는 의사가 되기는 싫고 퀴리 부인 같은 과학자가 되고 싶다." 고 했었다. 지금 빠구리를 하기 위해 이렇게 알몸으로 침대에 나란히 있으면서도 그녀는 풋내기 과학자처럼 먼저 관찰과 분석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관찰 대상이 되기보다는 남자가 주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손을 뻗어 그녀의 보지를 만졌다.
서울띠기에게 처음 빠구리를 배운 이후, 그 절차를 생각하면 우선 키스부터 하고 젖통도 애무를 하거나 입으로 빨아주고 그 다음에 보지 쪽으로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부터 뒤죽박죽이 된 셈이라 그런 혼란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기분도 있었을 것 같다.
까실한 털의 감촉을 지나 가운데 손가락을 칼자국에 대었을 때 보지는 축축히 젖어 있었다. 나는 그 물끼를 손 끝에 묻힌 채 살짝 움직이며 공알을 찾아 갔다.
"아아 ...... !"
그녀가 낮은 신음을 냈다. 그러나 곧 제동이 걸렸다.
"잠깐만 ...... "
그녀는 내 손을 잡아 동각을 멈추게 하고 말했다.
"영도씨는 여자 경험이 많다며 ...... ? ...... 내 바기나 좀 봐 줄래?"
"바기 ...... ? ...... 뭐를 ...... ?"
나는 또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게 ...... 이걸 좀 ...... "
그녀는 부끄럼을 잘 타는 체질인 모양이다. 얼굴이 붉어지고 몸을 비틀며 좀 망서리는 것 같더니 담요를 걷어 제꼈다.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은 보지 앞에 머물렀다.
젖통이 아담하달만큼 별로 크지 않은 것처럼 그녀의 보지털도 별로 많지 않은 편이었다. 빠구리를 하게 되면 일부러 보지 않더라도 당연히 눈길이 가는 곳인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
"아무래도 나는 기형인 것 같아. 다른 여자들 하고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좀 알려 줘."
그녀는 가랭이를 좀 벌렸다. 물끼가 서려 있는 바알간 보지 속살이 조금 드러났다.
"무얼 보라는긴지 ...... ?"
"여자는 그곳을 직접 볼 수 없잖아. 그래서 거울로 비춰서나 보는데 아무래도 내 것은 그림이나 사진에서 본 것과는 다른 것 같아."
"무슨 그림인데 ...... ?"
"큰 오빠가 의과대학생이라 오빠 방에 그런 책들이 많아. 그런데 내 바기나는 해부도나 사진과는 영 달라 보이거든."
나는 웃음이 터지려 했다. 처녀가 가랭이를 벌린 채 거울을 그곳에 대고 요리 조리 관찰하면서 의학서적의 그림이나 사진과 비교하는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안경알 너머로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한껏 진지한 표정이었다.
두손으로 보지를 살짝 벌려 보았다. 공알과 오줌구멍, 질구가 길게 이어있고 질구의 도톰한 살덩이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한번 옴찔했다. 물끼가 완전히 배어 있어 빨간 살들이 모두 반짝거렸다.
"내사 하나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데 ...... ?"
사실 그녀의 보지는 그동안 내가 보아 온 다른 여인들보다 훨씬 깨끗해 보이기까지 했다. 문득 내가 빠구리도 알기 전, 잠든 어린아이의 보지를 까보았던 기억이 났다. 그때 조갯살처럼 속을 보였던 것이 색깔만 좀 짙어지고 커진 것 같아 어린아이의 보지에 털만 갖다 붙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며칠전에 본 황달자와 그녀의 올케 보지는 털을 말끔히 깎았지만 대음순이 시커멓고 닭벼슬처럼 좀 늘어져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나영의 보지는 깔끔하고도 단정해 보였다.
"정말 이상하지 않아?"
그녀는 마치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게되자 오히려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처럼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기사 ...... "
나는 그녀의 보지에 손바닥을 덮으며 말했다.
"오줌만 잘 나오고 ...... 별 탈 없이 빠구리 하고 ,,,,,, "
갑자기 웃음이 나와 나는 좀 킥킥거리다 말을 이었다.
"나중에 알라만 제대로 낳으마 되는 거 아이가?"
"아기 ...... ?"
그녀의 눈동자가 안경알 속에서 잠깐 커졌다.
"그래. 여자한테는 그 역할이 하나 더 있지. ...... 언젠가는 나도 아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 하지만 그건 바기나의 문제보다 난소와 자궁의 기능에 달린 것인데 ...... 어떻든 지금까지 배뇨에는 문제가 없었으니까 ...... "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그녀는 자리에 누우면서 말했다.
"자, 그럼 진짜 섹스를 해 볼까?"
비로소 주인의 허가를 받은 노예처럼 나는 그녀에게 몸을 포갰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발기한 채 아무 역할도 못한 자지가 재촉을 하는 기미라 서둘러 보지에 꼽으려 했다.
"키스는 안 해줘?"
내 등을 감싸 안으며 그녀가 속삭였다. 아무래도 자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입술을 대며 혀를 들이 밀었다. 잠시 주춤했던 그녀가 내 혀를 빨았다. 그 혀를 거두어 들이고 세게 빨아대자 그녀의 혀가 내 입에 들어왔다. 한동안 서로의 혀가 어울리면서 나는 한손을 그녀의 젖통에 얹고 봉긋 솟은 젖꼭지를 세손가락으로 비벼 댔다.
"아아 ...... "
그녀가 입을 떼고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아, 이상해. 두가지를 동시에 하니 내 몸에 스파크가 일어난 것 같아. ...... 그런데 내 몸은 어디 어디가 성감대일까? 영도씨가 좀 찾아 줘."
아직도 절차는 남아 있었다. 좀 짜증이 나려 했지만 또한 호기심도 있었다.
그동안 경험을 생각하면 빠구리를 전후해 여인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곧 죽어 넘어갈만큼 울부짖기도 하고, 처음에는 밋밋하다가 나중에 달아 오르는 여인도 있고, 오히려 고통스러워 하는 여인도 있었다.
나는 우선 그녀의 귓볼로 입술을 옮겼다. 나의 두번 째 여인인 꼽추 할매와 빠구리를 할 때 그녀가 얼굴을 모로 돌리는 바람에 내 입이 그녀의 귀를 덮은 적이 있다. 그때 그녀는 "아아! ...... " 라고 숨을 내쉬며 나를 꼭 끌어 안았었다.
"아이, 간지러!"
나영의 반응은 정 반대로 내 입을 벗어나려 도래질을 한다. 그러나 나는 더 세게 입술을 누르며 혀 끝으로 귓바퀴를 훑어갔다.
"흐윽 ...... !"
가만히 내 혀의 움직임을 받아 들이던 그녀가 신음을 내며 내 몸을 감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내 입술은 다시 그녀의 목덜미로 옮겨졌다. 그녀는 이제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이미영 선생과 빠구리를 할 때 목을 너무 세게 빨면 흉터가 생긴다는 주의를 받았던 적이 있다. 키스할 때와 달리 이제는 숨을 내쉬면서 혀로 그곳을 다독거려 주었다.
그녀는 겉으로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맞닿은 가슴에서 그녀의 심장이 좀 더 빨리 움직이는 것 같기도 했다. 숨소리도 조금씩 거칠어 졌다.
아직 입술을 그곳에 댄 채 그녀의 한 팔을 들어 올렸다. 입술을 그곳에 옮기려던 나는 멈칫했다.
"이기 와 이렇노?"
그녀의 겨드랑이, 연한 밤색 같은 그 부위에는 금방 바리캉으로 깎은 머리 같은 털이 보였다. 지난 날 황달자 올케와 처음 빠구리할 때 그녀의 보지털과 비슷해 보였다.
"아, 미안 ...... !"
그녀는 급히 한손으로 겨드랑이를 덮으면서 말했다.
"며칠 전에 했어야 하는데 겨울철이라 그냥 미루다가 ...... "
"이기 면도를 한기가?"
그녀는 또 얼굴을 붉히며 끄덕였다.
"몸에 난 털을 와 깎노?"
황달자의 올케에게서 변태 남편 때문에 보지털을 깎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녀도 겨드랑 털은 꽤 풍성한 편이었다. 우리집의 엄마나 누나, 동네 여인들도 다 보지털처럼 겨드랑이에 털이 나 있었고 그것을 깎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엇다.
"서울에서는 대부분 여자들이 그렇게 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다는 애들이 나를 놀리는데 얼마나 창피했던지 ...... 그 뒤에는 버스 같은데서 손잡이를 잡은 여자한테서 그게 보이면 나도 덩달아 창피하게 된다니까."
면도를 미룬 그녀의 겨드랑이도 성감대인 것은 분명했다. 까실까실한 감촉이 느껴지는 그곳에 혀를 밀어가다 빨아대자 그녀는 다시 신음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더욱 강한 반응은 젖통에서 나왔다.
"하아 ...... !"
젖꼭지를 입에 물고 혀 끝으로 빙빙 돌리다 빨아대자 그녀는 가쁜 숨소리를 내며 허리까지 들썩였다. 나는 젖꼭지를 이빨로 잘근잘근 씹었다. 어릴 적 엄마의 빈젖을 빨 때 뺨을 얻어 맞으면서 터득한 것처럼 결코 아프지 않게 살살 ......
"으응 ...... ! 으응 ...... ! 흐윽 ...... ! "
그녀의 신음이 더 진해질 때 젖통에 머물러 있던 손은 배를 훑어 가면서 보지에 다달았다. 확실히 물끼가 더 많아진 것 같았다. 그리고 공알도 부풀어 있었다. 그 공알을 젖꼭지 만질 때보다 더욱 부드럽게 문질러 주었다.
"아아 ...... !"
그녀는 몸을 비틀다 엉덩이까지 들썩이며 숨가쁜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달라? ...... 아아! ...... 너무나 달라."
"뭐가 다른데 ...... ?"
"내가 손으로 할 때하고 영도씨가 만져 주는게 ...... 남자 손이라 그럴까? ...... 너무 벅차! ...... 아아! ...... 온몸이 끓어 올라. 어쩌면 ...... 아아! ...... 내 몸 전체가 성감대 같아! ...... 이제 진짜를 해볼까?"
내 입과 손놀림으로 그녀의 몸이 달아 오르는 것은 괜찮은 기분이지만 하나 하나 주문을 하고 절차를 그녀가 정하는 것은 좀 언짢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여튼 나는 오늘 꽤 까다로운 빠구리 상대를 만났다.
잠시 그대로 기다렸다면 보지를 입으로 빨아 줄 수도 있었는데 어쨌든 그나마 이제 진짜 빠구리를 하게된 것은 다행이었다.
"좀 더 벌리 줘야 ...... "
한손으로 벌떡 선 자지를 잡고 구멍을 찾아 가던 나는 좀 짜증스런 투로 말했다.
"진짜를 하자." 던 그녀가 다리를 오무린 것이다. 입을 꽉 다문 조개 같은 그곳으로는 당연히 자지가 들어갈 수 없다.
조개가 벌어지듯 그녀가 가랭이를 벌렸을 때 나는 에라 하는 기분으로 단숨에 자지를 박아 버렸다. 이미 물끼가 그득한 그곳에 자지는 서로의 두덩이 맞닿을만큼 깊숙히 들어갔다.
"아악!"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내 등을 휘감은 팔로 세차게 나를 옭죄었다. 그녀의 고통스런 반응이며 갑자기 결박당한 것 같은 기분에 나는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하아 ...... ! ...... 하아 ...... !"
고통의 신음을 내는 그녀는 얼굴도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나는 동작을 멈추고 그녀가 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누부야. 마이 아프나?"
"그게 ...... 아아, 꼬챙이에 콱 찔린 것 같고 ...... 뜨거운데 데인 것 같기도 하고 ...... 음, 음, ...... 이제는 좀 견딜 것 같아."
보지 속이 조금씩 옴찔거렸다. 그제서야 나는 자지를 천천히 박아댔다. 그러나 이 방에 들어와서, 피 끓는 남녀가 알몸이 되어 몸을 포갠 후에도 너무 한눈을 판 셈이다.그래서 나도 모르게 점점 속도가 빨라 졌다.
"아아! ...... 흐윽! ...... 아! ...... 흑! ...... "
다시 그녀는 고통스런 신음을 냈지만 나는 무시했다.
"잠깐 ...... "
그런데 또 그녀가 나의 동작을 중단시켰다.
"이렇게 할 때 질벽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는데 나도 그래?"
"뭐가 ...... ?"
"아이, ...... 내 바기나 속에 무슨 변화가 없어?"
나도 느끼려 해 봤다. 그러나 아까처럼 옴찔거리는 맛이 없었다.
"글세 ...... ? 모르겠는데 ...... 이래 힘을 줘 보마 ...... "
그 말과 함께 힘을 주자 보지 속에서 자지가 꿈틀거렸다.
"어머나! 페니스가 더 확장을 하네! 그런데 나는, ...... 으으! ...... 으으! ...... 힘을 줘봐도 안 되나봐."
그녀의 아랫배가 몇번 오르락 내리락 했으나 정말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온 몸에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똥구멍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나는 상관않고 다시 찌르기를 계속했다.
"아아! ...... 흐윽! ...... 아! ...... 흑! ...... 그런데 사정은 언제 해?"
고통의 신음을 내면서도 그녀는 또 물어 왔다.
"그기사 ...... 내 몸에 신호가 와야지."
"흑! ...... 어떤 신호가 ...... ?"
"아이 참, 말로는 설명을 몬한다. 계속 해 보마 알지."
나도 모르게 좀 짜증을 내며 동작을 서둘렀다. 빨리 끝내고 싶었다.
"신호가 오면 ...... 질외사정을 부탁해."
"질외사정 ...... ? ...... 그기 뭔데 ...... ?"
"바기나 속에 하지 말라고 ...... 오늘이 위험한 날은 아니지만 그래도 안전하게 ...... "
"알았다!"
빠구리를 하면서, 그러니까 자지를 보지에 꼽고 꿀렁거리면서 다른 여인들과도 더러 말을 주고 받은 적은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끊임없이 질문과 주문을 해대고 동작이 끊어지니 나도 집중이 되지 않고 감흥도 자꾸 끊어지는 것이다.
빨리 싸자, 빨리 싸자. --- 나는 동작을 빨리 하다 자지를 뺐다. 그녀의 아랫배에 뿌려줄 생각이었다.
"신호가 왔어? 그냥 안에다 해줘! 하아! ...... 처음 해보는 것인데 남자 정액도 받아 보고 싶어."
끝까지 그녀는 변덕을 부리며 주문을 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것, 나는 그녀의 마지막 주문대로 그녀의 보지 속에 사정했다.
"아앗! 뜨거워!"
첫 사정이 나가자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엉덩이를 비틀었다. 다른 여인들은 내가 사정을 할 때 한방울이라도 더 받겠다는 듯이 엉덩이를 발짝 들거나 같이 장단을 맞추는데 그녀의 동작은 반대였다. 상관 않고 나는 계속 그 속에 정액을 쏘아댔다.
"누부야, 괘않나?"
가쁜 숨을 고르는 그녀의 뒷처리를 해주며 물었다.
"아프기는 했지만 그래도 참아 냈네. 그래도 속은 아직 얼얼해."
질퍽한 물끼를 닦아낸 티슈를 나는 다시 한번 펴 보았다. 붉은 색이 보이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그래도 피는 안났네."
"그래? ...... 그것 때문에 나도 그러리라 생각했어."
무슨 말인지 몰라 하는 나에게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설명을 덧붙였다.
"얼마전 뭐를 집어 넣고 자위를 좀 심하게 했는데 피가 났거든. 긴가 민가 했는데 그때 처녀막이 파열된거야. 어차피 처녀막은 일회용이고 이렇게 인터코스에 정액까지 받아 들였으니 나도 이제 제대로 여자의 경험을 해본 셈이네. 영도씨, 고마워요."
그녀는 방긋 웃으며 나를 끼어 안았는데 안경속의 눈동자가 조금 글성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가 눈을 질끈 감는데도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고맙기는 ...... 자, 다른 누부야들도 기다리는데 빨리 가자."
괜히 쑥스러워 나는 옷 입는 것을 서둘렀다.
"영도씨 먼저 갈래? ...... 나는 아직도 혼란스럽고 좀 착잡해. 감정을 좀 정리하고 갈테니까 ...... "
함께 가는 것보다 그게 덜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그 방을 나올 때 나도 좀 혼란스러운 감정에서 해방된 기분이었다.
* 또 너무 오랫만이라 죄송하다는 말부터 해야겠군요.
요즘 sora에 접속은 잘 되는데 갑자기 글을 쓰는 환경이 좀 나빠졌고 천성적인 게으름 때문에도 진척이 영 잘 안 되는군요. 어떤 날은 이어 쓰려다 손대 못대고 다시 꺼버리거나 한두줄 끄적거리다 중단한 적도 많았답니다.
저도 될 수 있으면 이렇게 너무 질퍽거린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읽는 분들이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다면 속도가 조금 빨라질지도 모르겠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5-0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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